국내 10대 건설사 중 7곳, 1분기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 실적 ‘0’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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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급등에 신축 공급 절벽

입지 좋은 사업장도 수주전 실종
불황 깊어지며 폐업 건설사 급증
4~5년 뒤 신규 주택 모자랄 우려

올해 최대 규모의 수주는 포스코이앤씨가 따낸 사업비 1조 3000억 원 상당인 부산시민공원 촉진2-1구역이다. 부산시민공원과 주변 재개발 구역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올해 최대 규모의 수주는 포스코이앤씨가 따낸 사업비 1조 3000억 원 상당인 부산시민공원 촉진2-1구역이다. 부산시민공원과 주변 재개발 구역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에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봉래산터널과 같은 대형 공공발주 사업은 물론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재건축·재개발 사업마저 외면당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4~5년 뒤에는 신축 공급 절벽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 가운데 올해 1~3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수주한 기업은 3곳뿐이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7곳은 올해 마수걸이 수주를 하지 못했다.

올해 최대 규모의 수주는 1조 3000억 원 규모의 부산 촉진 2-1구역 재개발 사업이었다. 포스코이앤씨가 지난 1월 삼성물산을 제치고 이 사업을 따내면서 1분기 가장 많은 액수의 일감(2조 3321억 원)을 확보했다. 이외엔 현대건설(1조 4522억 원)과 SK에코플랜트(2151억 원)가 수도권서 정비사업을 수주한 게 전부다.

비교적 입지가 좋다고 평가되는 사업장에서도 수주전이 사라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광안3구역의 경우 여러 건설사가 관심을 보였지만, 지난달 26일 시공사 선정 입찰이 결국 무응찰로 유찰됐다. 현재는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여러 건설사가 혈투를 벌였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경쟁사를 헐뜯는 비방전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최근엔 기조가 180도 바뀌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외주 홍보직원을 고용하는 등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다가 결국 타사에 빼앗기면 모든 게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된다”며 “회사는 물론이고 업계 차원에서 불필요한 지출이나 활동을 삭감하는 추세라 예전 같은 수주경쟁은 당분간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폐업하는 건설업체는 계속 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종합건설업 폐업 건수는 104건으로 작년 동월 대비 25.3% 늘었다.

전문건설업 폐업 건수 역시 지난달 6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7% 증가했다. 올 들어 부도난 건설업체는 모두 전문건설업을 했던 9곳이고, 이 중 부산은 (주)유성종합설비와 (주)옥수기건 등 2곳이다. 특히 유성종합설비는 한때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펼쳤던 업력 50년의 지역 대표 중견업체였다.

1분기 주요 건설사들의 신용도도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올해 들어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 또는 향후 신용등급 조정 방향을 뜻하는 등급 전망을 현재보다 강등한 건설사(신용등급 BBB- 이상)는 GS건설, 신세계건설, 한신공영, 대보건설 등 총 4곳이다.

정부는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총선 이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라는 ‘4월 위기설’이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여기에 건설사들의 신용도까지 낮아지면 건설업계의 자금 조달력 약화 문제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임원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외부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니 업체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없애는 방향으로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수주나 착공이 줄어드는 현상이 지금이야 괜찮을지 몰라도, 4~5년 뒤면 신규 주택의 공급 부족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가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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