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당 구해" vs "폭파시켜야"…與 '영남 민심' 놓고 자중지란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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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당선된 권영진 전 대구시장 "또 영남 탓, 모욕적"
인천 5선 윤상현 "영남 민심 호도 말라…지금은 반성의 시간"

22대 총선 결과. 영남권은 빨간 색으로 표시된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22대 총선 결과. 영남권은 빨간 색으로 표시된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으로 '영남권 일색 당 지도부'가 지목되고, '국민의 힘이 아닌 영남의 힘'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것을 두고 수도권과 영남 당선인이 충돌했다.

대구시장을 두 차례 지낸 권영진(대구 달서병) 당선인은 19일 페이스북에서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 참 경우도 없고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권 당선인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을에서 당선된 데 이어 민선 대구시장을 두 번 역임했으며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권 당선인은 "수도권과 충청에서의 패배가 왜 영남 탓인가"라며 "그나마 TK(대구·경북)에서 25석 전석을 석권하고, 부·울·경에서 6석을 제외하고 34석을 얻어서, 우리 당이 얻은 지역구 90석 중 59석을 영남 국민이 밀어줬기 때문에 개헌 저지선이라도 지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은 수도권 출신 당의 중진 의원으로서 지난 2년 동안 무엇을 하셨나"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남 탓하면서 책임 전가하고, 자신의 정치적 야심에 맞춰서 상황을 짜깁기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나올 수 없다"며 "윤재옥 대표(권한대행)의 실무형 비대위 구상에 제동을 걸고, 특정인이 비대위원장이라도 하겠다는 욕심인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익사 직전인 당을 구해 준 영남 국민에게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고, 한술 더 떠서 물에 빠진 책임까지 지라는 것은 너무 옹졸하고 모욕적"이라며 "윤상현 의원은 영남 국민을 모욕하고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언사를 자중하라"고 했다.

앞서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당이 영남 중심이다 보니 공천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전달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택동이 문화대혁명하면서 공산당 본부를 폭파하라고 하지 않았냐"며 "지금이야말로 당원 분들이 우리 당 지도부, 국회의원, 핵심에 있는 사람들을 폭파시켜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후 윤 의원은 권 당선인의 지적이 나오자 SNS를 통해 "총선 참패의 원인을 찾아 혁신하자는 당내 목소리가 별안간 영남과 수도권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라며 "이러한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영남 유권자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영남의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이 영남에 안주하길 바라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수도권, 더 나아가 충청, 호남에서도 사랑받는 정당이 될 것을 요구하고 계신다"며 "보수의 심장인 영남 유권자의 명령을 따르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더 철저하게 수도권의 민심, 충청과 호남의 민심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누구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영남 유권자의 뜻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영남의 유권자분들은 훨씬 현명하고 전략적"이라며 "지금은 반성의 시간이다. 험지에서 낙선한 동지들의 손을 잡고 총선 참패의 원인과 과제를 살펴보는 것이 급선무"라고 적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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