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공수한 ‘포르테피아노’가 들려준 옛 선율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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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문화회관 ‘클래식위크’

손일훈 예술감독 라인업 구성
포르테피아노 두 대 연주 처음
영화음악, 트리오 연주회 남아

포르테피아노. 흰색과 검은색 부분이 현대 피아노와는 정반대다. 김은영 기자 key66@ 포르테피아노. 흰색과 검은색 부분이 현대 피아노와는 정반대다. 김은영 기자 key66@
포르테피아노로 리허설 하는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포르테피아노로 리허설 하는 모습. 금정문화회관 제공

전국에 몇 대 없다는 ‘포르테피아노(fortepiano)’를 부산으로 공수하기 위해 몇 사람이 머리를 맞댔는지 모른다. 단 한 곡의 연주를 위해서였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두 대의 포르테피아노가 무대에 오른 화제의 공연은 지난 20일 오후 ‘금정클래식위크’ 둘째 날 네 번째 공연으로 선보인 ‘바로크와 고전 사이, 질풍노도’ 2부 순서였다. 이날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작품번호 365. 정말이지 생전 모차르트가 곡을 만들면서 생각했을 것 같은 음색을 드물게 느껴본 시간이었다.

포르테피아노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쓰였던 고(古)악기로, 모차르트가 가장 사랑했던 악기로 알려져 있다. 현대 그랜드 피아노보다 현이 가늘고 음역이 좁다. 포르테피아노 이전에 연주하던 하프시코드(독일어로는 쳄발로)와도 달랐다. 음악회가 끝난 뒤 직접 들어보니 명징하고 투명한 음색이다. 많은 부분이 나무로 되어 있어 음량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섬세한 뉘앙스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표현 수단이 되기도 한단다.

연주에 앞서 무대로 나온 ‘금정클래식위크’ 손일훈 예술감독과 권민석 지휘자는 이날 공연의 취지를 소개하는 한편 그 귀하다는 포르테피아노를 특별 언급했다. 권 지휘자는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고음악과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이력도 있다.

'알테무지크서울' 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가운데 기타처럼 생겼지만 더 큰 악기가 테오르보이다. 류트 계열 현악기로 바로크 악기이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알테무지크서울' 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가운데 기타처럼 생겼지만 더 큰 악기가 테오르보이다. 류트 계열 현악기로 바로크 악기이다. 금정문화회관 제공

“오늘 음악은 바로크 작곡가 중 유명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그의 아들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 그리고 아들 바흐의 친구인 요한 요하임 크반츠를 지나 모차르트까지 이어지는 시기를 조명하고자 준비했습니다. 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옛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알테무지크서울’을 특별히 모셨고요. 평소 보기 힘든 하프시코드와 기타처럼 생긴 테오르보도 함께 연주합니다. 무엇보다 두 대의 포르테피아노를 한 번에 연주하는 것은 아마도 금정이 국내 처음일 겁니다.”

객석에선 놀라움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객 시선은 일제히 벽 쪽에 붙여서 세워 놓은(2부 순서용) 포르테피아노로 향했다. 아닌 게 아니라 두 대의 포르테피아노를 부산으로 ‘모셔 오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웠다. 일단 개인 소유주를 설득하는 과정이 힘들었고(서울~부산 원거리 이동에 따른 파손 우려가 큰 데다 국내 보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에 하나 파손이 됐을 때 변상 여부도 걸림돌이었다.

중간휴식 시간, 포르테피아노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관객들. 김은영 기자 key66@ 중간휴식 시간, 포르테피아노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관객들. 김은영 기자 key66@
두 대의 포르테피아노. 김은영 기자 key66@ 두 대의 포르테피아노. 김은영 기자 key66@

하지만 단 한 곡이라도 제대로 된 연주를 들려주고픈 손 예술감독과 권 지휘자와 금정문화회관 김유니 공연팀장은 서로서로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말하면서 두 소유주를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박종해·김다솔 두 피아니스트의 포르테피아노 연습 광경을 영상으로 올린 SNS에는 “왜 이런 귀한 연주를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만 하느냐”는 아쉬움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손 예술감독은 “금정문화회관 콘서트홀은 전문 음악홀은 아니지만 음향이 꽤 좋은 편이고, 객석 규모도 아담해서 포르테피아노 연주를 충분히 소화할 만한 공간이라고 생각해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날 박종해는 1986년 데이비드 자크 웨이가 제작한 18세기 후반 요한 안드레아스 스타인 모델 포르테피아노를, 김다솔은 2012년 토마스 슐러가 제작한 19세기 초 안톤 발터 모델을 연주했다.

이날 연주에는 ‘내추럴 호른’(프랑스 원형 호른)도 ‘깜짝’ 등장했다. 금관악기 중에서도 중음역에 특화된 게 호른이지만, 내추럴 호른은 더욱더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목가적이면서도 풍부한 음색이 현대 호른과는 다른 소리를 냈다. 연주자가 벨 안에 손을 집어넣고 음정과 음색을 수동 조절한다는데 꽤 까다로운 연주라고 했다. 이런 크고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감동의 음악회를 선사한 셈이다. 부산은 머지 않아 음악 전용홀 시대를 여는 만큼 기존 공연장의 변신 노력도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도 이번 시도는 주목할 만했다.

금정클래식위크 손일훈 예술감독. 금정문화회관 제공 금정클래식위크 손일훈 예술감독. 금정문화회관 제공

금정문화회관이 주최한 ‘금정클래식위크’ 음악제는 올해 첫선을 보였으며, ‘터치’, 즉 건반악기를 주제로 지난 19일 오전 11시 ‘어린이를 위하여Ⅰ’ 연주로 개막했다. 총 14회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남은 공연은 △25일 오후 7시 30분 금빛누리홀=WE필하모닉스가 연주하는 ‘영화음악과 클래식’(4월 25~26일 오전 11시 단체 관람은 별도) △26일 오후 2시 은빛샘홀=배진우 피아노 리사이틀 ‘패러독스’ △26일 오후 7시 30분 금빛누리홀=피아노 트리오(바이올린 박규민, 첼로 문태국, 피아노 박종해) ‘베토벤과 쇼스타코비치’ △27일 오후 9시 야외광장=밤에는 재즈Ⅱ(김동기 트리오) 등이다.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석사 및 최고 과정을 마친 손 예술감독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세련된 감각으로 작품 창작 활동뿐 아니라 음악감독 역할로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현재 독일 본에서 거주하며 국내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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