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로 무너진 학교, 교권 회복으로 다시 세워야”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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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계기 행사 마련
교사·학생·학부모 등 500여 명 참여
6개월 동안 교육현장 살릴 방안 모색
교육 주체 상호협조 관계 구축 등 강조

학생, 교사, 학부모 간 상호 존중과 교육공동체 회복 추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교육공동체 회복 대토론회’가 22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학생, 교사, 학부모 간 상호 존중과 교육공동체 회복 추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교육공동체 회복 대토론회’가 22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 존중과 사랑으로 가득해야 할 학교가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에 멍들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고, 선생님은 학생들의 교권을 위협하는 행동에 상처받고 있다. ‘사랑하는 제자’와 ‘존중하는 선생님’의 관계는 점차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두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공동체 회복 대토론회’가 부산에서 시작됐다. 교육공동체 회복 대토론회에는 6개월 동안 부산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두 참여해 더 나은 부산 교육을 만들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교권 침해, 학교를 흔들다

전국 초중고에서는 교권을 위협하는 상황이 자주 빚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1년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참가자 44.5%가 ‘교권 침해 상황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교권 침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36.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학교 교육·교원에 대한 불신’(26.2%), ‘학생·학부모의 인식 부족’(17.5%)을 꼽았다.

교원들은 학생들의 과도한 아동학대 관련 신고에 힘들어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진행한 2022년 아동학대 사안 처리 과정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6명은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받거나 신고를 당한 동료 교사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에 참가한 교사 10명 중 9명은 ‘교사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를 당할 수 있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학교 폭력과 아동 학대 등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붕괴는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 전체로 알려졌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학교 현장에서 빚어진 교권 붕괴는 사회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교육부는 지난해 2월 교권 회복과 보호를 위한 ‘교권 보호 5법’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공동체 회복, 함께 힘 모아야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교육공동체 회복 대토론회’ 개막식·개막토론에서는 교육공동체 회복을 위한 진단과 함께 대책이 제시됐다. 참가자들은 “무너진 학교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학생·교사·학부모가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교권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교육자 등 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태재미래전략연구원 김도연(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교육을 통해 선진국으로 성장한 국가이지만, 최근에는 교육 때문에 미래가 어두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가 서로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 환경의 전부”라며 “모든 교육 주체가 서로를 믿는 교육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직 교사들은 학교가 정상적인 형태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교권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초등교사노조 윤미숙(덕양초 교사) 수석부위원장은 “현직 교사들은 아동학대에 대한 애매한 개념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있다”며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교사로서 지도하는 행위 자체도 아동학대로 취급되는 상황에서는 교권을 회복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교권 회복은 교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교실이 바로서야 우리 사회의 미래 세대가 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부산시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김동찬 위원장은 “교육의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는 상호협조적인 관계를 갖춰야 한다”며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창의성 교육을 이끌어내기 위한 원동력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1994년 5·31 교육개혁 이후 29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의 각종 불합리한 일로 인해 소중하게 지켜져야 할 교육공동체가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하 교육감은 “무너진 학교 현장이 무력감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학생·교사·학부모가 모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번 토론회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부탁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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