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데 차량 불쑥 식수는 부족… '부산마라톤' 항의 빗발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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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민간 주최 참가자 5000명
식수·음식도 제대로 공급 안 돼
부산시 주최로 오인해 항의 빗발
주최 측 사과했지만 환불 계획 없어

지난 21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일원에서 부산광역시육상협회 주최, 부산마라톤협회 주관으로 제21회 부산마라톤이 열렸다. 독자 제공 지난 21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일원에서 부산광역시육상협회 주최, 부산마라톤협회 주관으로 제21회 부산마라톤이 열렸다. 독자 제공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사상 최악의 행사’를 경험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차량 통제부터 식수 공급과 행사 관리까지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며 주최 측에 환불을 요구했다. 참가자들 항의와 민원이 확산하면서 부산시까지 곤경에 빠졌다.

2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일원에서 부산광역시육상협회 주최, 부산마라톤협회 주관으로 제21회 부산마라톤이 열렸다. 참가 인원은 약 5000명으로 추정된다. 참가비는 5km 3만 원, 10km 3만 5000원, 하프마라톤 4만 원이었다. 대회 주최 측인 부산광역시육상협회는 민간단체다.

참가자들은 차량 통제부터 식수 공급, 코스 안내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마라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대회가 끝나자마자 ‘최악의 마라톤 대회’라며 항의성 글 50여 개가 올라왔다.

참가자들은 주최 측의 안일한 안전 관리와 행사 진행을 지적했다. 마라톤 시작 1km 지점부터 차량 통제가 되지 않아 승용차가 등장했고, 놀란 참가자들이 인도로 뛰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마라톤대회에 급수대도 부족하고, 식수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완주 후 물을 마실 수 없어 탈수까지 올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기존 주최 측 공지와 달리 빵과 두유 하나씩만 배부해 참가자들 원성을 샀다. 마라톤 구간 길이 표시부터 기록까지 단 하나도 제대로 진행되는 게 없어 참가자들은 대회비 환불을 요구하거나 결산서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10km 마라톤 참가자 50대 심 모 씨는 “돈을 내고 불쾌한 경험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내하는 사람들이 참가자들을 향해 욕설까지 해서 귀를 의심했다”며 “예정된 코스와 당일 코스가 달라 참가자들이 서로 엉키거나 부딪혀 난리였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참가비 사용 내역, 후원사 후원금 경비 처리 내역 등 정보 공개해야 한다”며 “주최 측에서 환불을 진행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가자 항의와 민원이 확산하면서 부산시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해당 단체는 부산시에 등록된 단체가 아니라서 논란이 되는 부산마라톤대회와 무관하다고 부산시는 설명한다. 이번 대회 주최인 부산광역시육상협회는 부산시체육회에 정식 등록된 조직이 아닌 비승인 민간단체다. 정식 등록된 단체는 ‘부산광역시육상연맹’이지만, 단체 명칭 앞에 ‘부산광역시’가 붙어 참가자들이 부산시 등록 단체로 오해해 민원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부산광역시육상협회는 지난해 제20회 부산마라톤대회를 진행하면서 부산시 후원을 받지 않았음에도 후원 명단에 부산시를 넣어 문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부산시는 이 단체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부산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지자체가 직접 나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이번에도 단체명을 무단으로 도용한 사실이 있다면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부산마라톤 측은 자체 홈페이지에 “저희는 참가자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고, 참담한 심정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대회 문제점을 철저히 파악해 반성하고, 앞으로 다시는 비슷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과 준비를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부산마라톤협회 관계자는 “저희들이 운영을 제대로 못했다”면서도 “환불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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