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집 해결 나선 영도구, 원도심 활력 제고 성과 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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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매입 후 편의·공공 시설로 개발
돌봄센터·임대 주택 등 다양화 필요

부산 영도구 청학동 빈집 모습. 영도구청 제공 부산 영도구 청학동 빈집 모습. 영도구청 제공

주거지 내 공·폐가는 도시의 활력과 매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치안과 위생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흉물로 장기간 방치된 건물은 외벽이 무너지거나, 안팎에 쓰레기가 쌓여 있기 일쑤다. 우범 지대가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빌리자면, 동네에서 몇 곳으로 시작한 빈집이 방치되면 어느샌가 슬럼가로 변모할 수도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정된 부산 동·서·영도구뿐만 아니라 부산진구 등 산복도로를 낀 고지대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 부산 영도구가 빈집을 매입해서 정비한 뒤 주민에게 돌려주는 데 사용할 기금 마련에 나선 것도 같은 문제의식의 일환이다.

‘빈집 기금’을 전국 처음으로 마련해 폐가 문제에 적극 대응한 부산 서구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서구는 2021년 도시재생·빈집정비기금 30억 원을 확보해 1000곳가량의 공·폐가 중 100곳을 정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무단 투기 쓰레기 더미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악취·해충으로 고통을 주던 흉측한 공간이 주민 쉼터로 재탄생했다. 치안 사각지대는 밝은 LED 조명과 함께 순찰차 전용 주차장이 설치돼 여성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빈집 정비 사업으로 정주 환경이 개선되면서 마을 분위기가 밝게 바뀐 것이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또 영도구 등 다른 기초지자체들에 좋은 선례가 됐다.

영도구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0%를 넘은 초초고령화 지역이다. 젊은 세대의 유출과 맞물리면서 ‘나 홀로’ 노인과 공·폐가가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 영도구도 버려진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집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 구청 예산으로 철거하고 3년간 빌려 쓰던 기존 정비 사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지역 내 빈집이 지난해 1147곳에서 올해 1339곳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도 ‘매입 후 개발’로 방향을 튼 계기다. 폐가를 주민 편의·공공시설로 바꾸는 영도의 ‘빈집 기금’ 사업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원도심 재생 사례가 될지 기대된다.

부산시는 올해 ‘부산형 빈집 정비계획’을 마련하고 16개 구·군 빈집 1만 1000여 곳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다만 무허가 주택은 통계에 잡혀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태를 밝힌 다음 부산시가 내놔야 할 것은 효율적인 활용 방안이다. 텃밭, 돌봄센터, 도서관, 취약 계층 임대 주택 등 선택지를 다양화해야 한다. 버려진 빈집을 자원으로 활용한 창의적인 사례도 참조해야 한다. 충북 충주의 관아골은 빈집을 저렴하게 고쳐 쓸 수 있게 젊은 층에 제공해 인구 유입과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다. 부산도 영도·서구의 경험을 더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그게 원도심이 활력을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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