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산책] 산샤… 살풍경 속 사람풍경 / 스틸 라이프
댐 건설로 상징되는 중국 근대화의 광풍

'스틸 라이프(Still Life)'는 현대 중국 영화를 이끌어가는 6세대 감독 중의 하나인 지아 장커의 5번째 연출작이다. 이 영화는 2006년 제63회 베니스 영화제에 뒤늦게 참여하여 '깜짝 상영작' 형식으로 소개되었고, 결국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다.
그것은, 중국의 한 변방 '산샤(三峽)'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 현대적 삶의 보편적 문제를 형상화해낸 감독의 폭넓은 시선과 빼어난 솜씨에 대한 정당한 평가였다. '산샤 댐 건설'의 현장은,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이 스스로 그곳을 철거해가며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순과 역설의 공간이다. 지아 장커는 그 산샤의 노동자들과 함께 건물을 허물고 땀을 흘리며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세계'를 아우르는 그 너비는, 이러한 창작 과정의 깊이를 통해 가능했다.
'산샤 댐 건설'의 현장은 오늘날 중국의 축도(縮圖)다. 2000년간 일궈온 삶의 공간을 2년 만에 허물어 내는 '근대화'의 광폭한 질주. 영화는 그 근대화의 폭풍 속에서 연약하지만 끈질기게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산샤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다. 영화는 일상 속에서 중국인들이 함께 나누는 네 가지 소품(담배, 술, 차, 사탕)을 매개로, 유연하게 그 근대화의 속도에 맞선다.
그들에게 그 소품들은, 상품이기 이전에(또는 이미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주고 함께 나누는 선물이다. 무한한 속도(회전율)로 앞을 향해 질주하는 '상품의 경제학'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선물의 경제학'의 유연한 순환.
2년 전 집을 떠난 남편을 찾아 산샤에 온 여자 션홍(자오 타오). 그녀는 이미 근대화의 속도 위에 서 있는 남편에게서 도달할 수 없게 된 거리를 감지하고 산샤를 떠난다. 16년 전 집을 나간 아내를 찾아 아내의 고향 산샤를 찾아 온 남자 산밍(한산밍-그는 지아 장커 감독의 이종 사촌형이자 진짜 광부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내를 데려가기 위해서는 지참금이 더 필요하단다. 그는 지참금 마련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광부 일을 하러 산샤를 떠난다. 두 남녀가 떠난 자리에 남아있는 한 편의 '정물화(still life).'
산샤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 사람이 무너져가는 건물 사이에서 외줄을 타고 있다. 위태롭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삶의 끈질김. '스틸 라이프'는 미친 듯 질주하는 근대화(풍경화)의 속도에 저항하는 한 편의 그림, 정물화인 것이다. 그 정물화에는 절망이 아니라 삶의 긍정이, 연민이 아니라 공감과 연대에의 호소가 오롯이 담겨 있다.
삶의 공간을 파괴하는 근대화는 동시에 그 수몰의 현장을 관광 산업의 대상으로 '풍경화'시킨다. 풍경화는 그 안의 자연과 사람들을 구경거리(관광 상품)로 만든다. '스틸 라이프'는 그 풍경화의 요란한 '소음(관광 유람선의 확성기)'에 맞서고 있다는 의미에서도 한 편의 정물화이다. 그 정물화 안에서 사람들은 삶의 주인이 된다.
'스틸 라이프'의 카메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중국의 절경 중의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산샤의 수려한 '풍경'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성일이 '10년 동안 보아온 영화 중 최고'라 칭했던 라스트 신의 '정중동(靜中動)'만큼이나, 산샤 사람들을 쓰다듬듯 담아내는 도입부 트래킹의 유려한 '동중정(動中靜)' 또한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