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일하고 밤엔 음악 삼매경 … "우린 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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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진 (29·드럼·호텔리어)

'직밴(직장인밴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밴드 활동을 하는 '주경야락(晝耕夜樂)'의 직장인들, 혹은 그들이 만든 밴드를 일컫는 말이다. 늦은 밤 밥벌이의 피곤함을 잊고 '음악 삼매경'에 빠져 있는 '직밴'들을 부산의 한 지하연습실에서 만나 '토크' 시간을 가졌다. '왜 밴드를 하나요?' 이런 질문은 어리석다. 대답은 물론 '음악이 좋아서'다. 직업도, 나이도, 좋아하는 장르와 소속 밴드도 제각각. 그러나 '음악'을 통해 인생을 즐기고자 하는 공통분모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진정한 '인생의 챔피언'들이다.


강희진 (29·드럼·호텔리어)
 "드럼은 나의 두 번째 사랑"


여성이다. 게다가 드러머다. 대학 때 처음 밴드 활동을 시작했고 취업 후 지난 2007년 '여성밴드를 만들자'는 기치 아래 '직밴'의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여자 기타리스트를 구할 수 없어 결국 혼성밴드로 선회했다고.


-여자로서 더욱 힘든 점은?

△전혀 없다. 오히려 사회가 더 그렇지 않나? 밴드는 그런 스트레스를 푸는 돌파구다.

-남자 친구는?

△이곳 '직밴' 연습실에서 처음 만났다. 둘 다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든든한 후원자다.

-강희진에게 드럼이란?

△두 번째 사랑? 대학 시절 드럼 치는 남자 선배에게 반해 드럼을 시작했는데, 결국 드럼 자체에 반하게 되더라.


신항양 (33·베이스·국민연금공단)
"가족이 60%, 밴드는 30%"


스무살 부터 밴드를 시작해 지금껏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가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대학 입학하자마자 밴드를 시작했다고. 지금은 부모님 대신 더 큰 벽(?)이 생겼다. 바로 아내. 물론 허락은 받고 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시큰둥하다.


-가장 힘든 점은?

△물론 아내의 눈치. 그만큼 미안하기 때문이다. 밴드 활동 자체는 즐겁기만 할 뿐.

-신항양에게 밴드란?

△내 인생의 30%. (처음엔 50%라고 말했다가 급수정했다.)

-그럼 가족이란?

△내 인생의 60%. 아내가 30%이고 자식이 30%다.


정우람 (30·기타·지리교사)
"어렸을 때 동경하던 꿈 이룬 셈"



보통 직장인밴드를 한다고들 하면 학생 때 이미 한 번 쯤은 밴드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러나 우람씨는 다르다. 2년 전 처음으로 밴드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는 밴드 해체 후 새로운 밴드 결성을 위해 사람을 모으고 있단다. 잦은 해체와 재결성, 직장인밴드의 숙명과도 같다.


-동기는?

△우연히 음악 동호회를 통해 '뮤즈(영국의 록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였다. 듣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뮤즈'의 음악을 연주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정우람에게 밴드란?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왔던 '꿈'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꿈을 이룬 셈이다.




강상현 (29·보컬·회사원)
"가장 매력적인 악기는 목소리"



악기를 다룬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가장 매력적인 악기는 바로 인간의 목소리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밴드 활동을 했다. 드럼을 치고 싶었지만 당시 비어있는 자리가 보컬뿐이었다. 그리고 지금껏 쭉 보컬만 맡았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선택은 어찌 보면 때론 너무 우연히, 그리고 쉽게 결정되는 것 같다. 취직 등으로 1~2년 정도 쉬다 바로 한 달 전 밴드를 결성했다.


-노래는 노래방에서 불러도 되지 않나?

△노래방 테이블과 공연 무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무대 위에 서 본 사람들은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무대는 마약이다.

-강상현에게 노래란?

△기쁨 혹은 슬픔 등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인 동시에 그것을 들어주는 친구.




김범환 (45·기타·회사원)
"애인이었던 기타 이젠 친구죠"


이날 만난 '직밴'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아들과 딸이 둘 다 고등학생이다. 밴드 이야기보다 아들, 딸 자랑이 더 즐거운 영락없는 40대 가장이다. 일주일에 한 번 밴드 연습을 하기 위해 나머지 6일은 착한 남편, 아버지 노릇을 한다. 기타줄을 튕길 손가락 힘이 남아있는 한 평생 밴드를 하고 싶단다.

-아들이 밴드를 하고 싶다면?

△찬성이다. 시키고 싶다. 그런데 아들놈은 댄스 음악만 좋아해서…. 그래도 내 공연에는 늘 찾아온다.

-김범환에게 기타란?

△예전에는 애인이었지만 이제는 친구다. 20~30대 시절에는 잘 쳐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이제는 부담 없이 즐긴다고나 할까. 글=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사진=이재찬 기자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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