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직장인밴드 '노스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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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 할 때 살아 있는 느낌"

"쿵쾅거리는 가슴을 느껴보세요." 공연을 앞둔 직장인밴드 노스폴이 부산 사상구 학장동 합주실에서 최종연습을 하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겨울 저녁 칼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종종걸음으로 지하로 가는 계단을 내려간다.

'쿵쿵 따다~, 징 지잉 찌~이이잉, 띵띵 띵 띵.' 문을 여니 여러 악기 소리가 시끄럽다. '와락(WaRock) 합주실'에 들어섰다.

부산 사상구 학장동에 위치한 와락 합주실은 직장인밴드 '노스폴'의 연습장이다. 주현(31·드럼)씨는 "곧 열릴 정기공연을 연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 영업사원, 통신사 직원, 여행사 근무자와 포토스튜디오 운영자 등 '직장인' 7인이 모여 만든 노스폴은 지난 2007년 1월에 결성했다. 시작은 음악이 아닌 사진이었다. 주씨는 이광호(33·보컬)씨 등 3명을 디지털카메라 사진 동호회에서 만났다. 사진을 찍고 술을 마시다가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서로의 열정을 확인했다. "너 노래했냐, 나 밴드 했는데." "나도. 난 기타 쳤는데." "나는 드럼."

사진동호회에서 만나 의기투합

멤버 7명 2007년 1월 밴드 꾸려

햄버거 먹으며 밤 늦도록 연습

"노래 만들고 음반도 내고 싶어"



"우리 밴드 하자." 2006년 12월 24일 송년회 모임에서 이들은 마음 속에 들어있던 말을 꺼냈다. 이틀 뒤 바로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고 회원을 모집했다. 다음 해 1월 중순 첫 합주를 했다. 제일 쉬운 곡을 맞췄지만 쉽지 않았다.

"합주는 대학 밴드 시절 이후 처음이었는데 기분이 찡하더군요." 권태일(37·베이스)씨는 서로의 호흡이 맞는 순간의 짜릿함을 이야기했다. 조화와 타이밍이 맞으면 텔레파시가 통한 듯 '내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동료나 친구들과 '술 마시고 쓰러지는(?)' 생활을 했을 때는 몰랐던 감정이다.

직장인밴드를 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하다. 직장인이며 가정인인 이들에게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기 때문.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합주가 안돼 퇴근 후 바삐 달려오지만 야근이나 출장이 걸리면 어쩔 수가 없다. 이날 강은정(24·키보드)씨도 버스에서 졸다 두 정거장이나 더 갔다가 돌아왔다.

영화 '즐거운 인생'. 직장인밴드를 소재로 한 영화에 노스폴 회원들은 울었다. 산을 타는 사람이 산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 덕분에 더 많은 직장인밴드가 태어났다. 아마추어 밴드에게는 전문 연습실 구하기가 제일 어려운 문제. 그래서 노스폴은 2008년 초에 아예 와락 합주실을 차렸다. 비자금을 털고 카메라렌즈를 팔았다. 지금 10여 개의 다른 직장인밴드가 이 합주실을 빌려 쓴다.

밴드를 하는 '베짱이 남편'이지만 가족은 이들의 든든한 원군이다. '팬'으로 위장한 인터넷 카페 회원과 친구 등 지인들이 공연 청중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3분짜리 곡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100배, 200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종보(36·기타)씨의 말. 공연을 마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햄버거로 저녁을 때우고 밤 11시까지 연습을 한다.

나에게 밴드는? 손인숙(31·보컬)씨에게 밴드는 나 자신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다. 또 다른 공간이 생긴다는 의미도 된다. 다른 회원에게는 자신의 욕구를 분출시키는 탈출구나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노상규(31·기타)씨는 밴드를 '문'이라고 했다. 분출하고 도전하고 탈출하는 문. 세상을 향하는 문. 그 문 뒤에는 3천300원에 산 지구레코드 테이프를 밤새 듣고, 죽어라 밴드 연습하던 젊은 시절의 추억이 살아있다.

노스폴은 앞으로 자작곡도 만들고 음반도 내고 싶다. 이들은 29일 오후 5시 부산대 앞 인터플레이에서 공연을 한다. "모두 우리를 바라보니까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거죠." 무대에 서는 순간 노스폴 회원들의 우심방 좌심실이 요동을 친다. "뮤직~ 스타트!"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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