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영화상 심사평] 유례없이 치열했던 경쟁, 무한한 가능성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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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 없는 한국영화의 활황 덕분인지, 혹은 탓인지, 영화상 수상 내역을 채우기가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영화에 상을 준다는 행위는, 어떤 영화가 또 다른 어떤 영화에 비해 더 좋고 나쁘냐는 것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것이 옳고 그르냐는 것에 대해서도 함께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감독의 미학적 성취가 과연 진화한 것인지, 배우의 연기는, 그 혹은 그녀가 아무리 잘했다 한들, 그전의 모습을 답습한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영화가 사회적 의미를 포착하고 있는지 없는지, 그런데 그것이 관객들에게 유의미하게 작동했는지 아닌지 등등 헤아릴 것은 한둘이 아니다.

최우수작품상과 최우수감독상을 결정하는 데 있어 의견이 갈렸던 것은 홍상수의 존재 때문이었다. 홍상수의 작품은 두 편이나 본선에 올랐는데 '북촌방향'과 '다른 나라에서'였다. 결과적으로 홍상수는 두 주요 부문에서 모두 탈락했다. 홍상수를 두고 심사위원들은 한국 작가주의 감독 가운데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진화를 이루어 내는 감독이라는 평가와 함께 한편으로는 동어반복의 매너리즘에 갇혀 있다는 우려가 일부 엇갈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과 논쟁의 수준까지라기보다는 의견 교환에 머문 정도였다. 홍상수를 이번 주요부문 수상에서 뒤로 미룬 것은 부일영화상이 줄곧 그의 영화를 지지해 왔다는 것, 다른 감독과 작품에게 기회 반경을 넓혀 주자는 의지가 더 작동한 셈이다. 대신 그에게 유현목영화예술상을 시상키로 했다. 홍상수 감독의 굴절 없는 작품활동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토로(吐露)였다.

정지우 감독의 '은교'는 몇 차례의 토론 끝에 난산(難産)됐다. 이 작품이 지난 한 해 국내 영화계의 미학과 산업을 결정짓는 최고의 영화인가에 대해서는 심사위원 100%의 동의가 모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른바 문학적 상상력을 향해 영화적 상상력이 매우 근접해서 다가갔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범신의 소설은 정지우에 의해 같으면서도 다르게, 다르면서도 같게 재창조됐다. 영화작가의 창의력이 오묘하고 독특하게 빛을 발휘한 작품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었으며 바로 그 점이 '은교'를 대상으로 결정하게 한 요소다.

최우수감독상은 경합이었다. 수상자인 이한 감독 외에 변영주와 최동훈, 윤종빈 감독 등 모두 올 한해 국내 상업영화권의 변화를 일으킨 주인공들이고 그 차이는 거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상자 외 본선에 진출한 감독 모두를 치하하고 싶다. 다만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만든 김일란, 홍지유 감독에게 다소 소홀한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오동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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