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양도시의 혁신] 항만 산업 전체 에너지원 수소 전환 목표로… 친환경 항만 허브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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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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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유럽 청정 에너지 관문 로테르담
탄소 중립 목표 ‘항만 비전 2050’ 제정 발맞춰
메탄올 이어 LNG·수소까지 선박 연료 개편
그린 해운회랑에 디지털 항만 혁신도 착착
물류 자동화 중심 부산항과 다른 관점 혁신

유럽 최대의 관문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 내 테임스베흐(Theemsweg) 구간을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 이곳은 항만 철도가 가로질러 통과하며, LNG 벙커링(선박 급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로테르담 항만청 제공 유럽 최대의 관문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 내 테임스베흐(Theemsweg) 구간을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 이곳은 항만 철도가 가로질러 통과하며, LNG 벙커링(선박 급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로테르담 항만청 제공
로테르담 항만청 마타이스 판 도른(Matthijs van Doorn) 상업 부문 부사장(Vice President Commercial). 로테르담 항만청 제공 로테르담 항만청 마타이스 판 도른(Matthijs van Doorn) 상업 부문 부사장(Vice President Commercial). 로테르담 항만청 제공

유럽 최대 항만을 가진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아시아 최고 해양도시인 싱가포르와 함께 부산의 롤 모델로 꼽힌다. 로테르담항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화를 앞세워 ‘유럽의 청정에너지 관문’으로 가기 위한 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부산항도 친환경·디지털 분야 연구·개발 기술을 현장에 적용, 상용화하는 시도를 통해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에 <부산일보>는 로테르담 항만청에 서면 질의서를 보내, 마타이스 판 도른(Matthijs van Doorn) 상업 부문 부사장(Vice President Commercial)으로부터 로테르담항의 혁신 현황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

▲‘친환경 에너지 허브’로 가는 로테르담

도른 부사장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같은 해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은 우리가 아직도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며 “그럴수록 더 탈탄소를 위한 에너지 전환을 힘있게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각국은 미래의 에너지 전환 보다는 현재의 에너지 수급 관리에 급급해졌고, 결국 탈탄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정학적 상황과 무관하게 탈탄소로 가야 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로테르담항은 항만구역이 42km에 달하는 유럽 최대 항만으로, 산업단지와 물류단지를 함께 품고 있다. 유럽 전체 에너지의 13%가 이 항만을 거쳐 공급될 만큼 규모와 역할이 크다. 항만청은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시설을 늘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항만 비전 2050’을 설정했다. 항만 전체의 에너지원을 수소로 전환하는 구상이다.

도른 부사장은 “단순한 물동량 확대가 아니라 경쟁력과 신뢰성, 사회적 가치를 갖춘 항만이 목표”라면서 “인프라와 디지털 시스템, 규제, 장기적 확실성을 제공해 기업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항만에 접안한 대형 선박이 바람, 파도, 지나가는 배의 영향으로 흔들리거나 밀려나는 것을 줄이는 장치인 육상 설치형 동적 계류 시스템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설지, 가동되고 있다. 로테르담 항만청 제공 항만에 접안한 대형 선박이 바람, 파도, 지나가는 배의 영향으로 흔들리거나 밀려나는 것을 줄이는 장치인 육상 설치형 동적 계류 시스템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설지, 가동되고 있다. 로테르담 항만청 제공
로테르담 항만에 설치된 육상전원시설 표지판 뒤로 풍력 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로테르담 항만청 제공 로테르담 항만에 설치된 육상전원시설 표지판 뒤로 풍력 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로테르담 항만청 제공

▲그린수소로 항만 산업단지 가동

에너지 전환 실행 속도도 빠르다. 프랑스 산업용 가스 기업 에어리퀴드는 로테르담항에 200MW급 그린수소 공장을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또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영국 셸은 해상풍력 전력으로 하루 최대 60톤의 그린수소를 만드는 200MW급 전해조를 지어, 인근 정유단지의 탄소 배출을 줄일 계획이다. 이곳의 국가 수소 파이프라인망은 이르면 2031년 항만 배후 산업단지 전체를 연결한다.

선박 연료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도른 부사장은 “메탄올 벙커링은 이미 일상화됐고, LNG·수소·암모니아도 선박 간(ship-to-ship) 공급 방식으로 벙커링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사업 ‘포르토스’는 지난해 육상·해상 배관 공사를 완료하고 올해 1월 저장용 유정 전환 작업도 끝냈다. 터미널들은 2028년까지 육상전원공급 설비를 갖춘다.

싱가포르와는 지난 2022년부터 디지털 협력과 더불어 ‘그린·디지털 해운 회랑(GDSC·Green and Digital Shipping Corridor)’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두 항만을 잇는 약 1만 5000km 항로에서 저탄소·무탄소 연료 선박 운항과 디지털 항만 데이터 교환을 함께 추진하는 협력 사업으로, 매달 워킹그룹을 가동해 공동 표준을 만들고 있다. 항만은 서로 연결돼 있으므로 같은 표준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디지털 분야에서 로테르담 항만청은 항만의 디지털 정보가 어디에 있고 누가 소유하며 언제 가치를 갖는지를 정리한 ‘항만 참조 아키텍처(PRA·Port Reference Architecture)’를 만들었다. 공간·인프라·운송·물류 4개 계층의 정보를 서로 연결해 시설 유지보수와 공급망 일정을 최적화하는 틀이다. 철도·내륙수운·도로를 묶는 복합운송 전략도 올해 8월에 마련했다.

▲스마트 환적 물류에 집중한 부산

로테르담항과 부산항의 출발점은 다소 차이가 있다. 부산항은 2025년 2488만TEU를 처리해 세계 7위에 올랐고, 환적 물동량 기준으로는 싱가포르에 이어 2위다. 강점이 되는 물류 자동화에 있어서는 오히려 부산이 앞선 면도 있다. 2024년 4월 개장한 부산항 신항 7부두는 국내 최초의 완전 자동화 컨테이너 항만이며, 안벽크레인과 AGV 등 모든 장비가 전기로 가동돼 탄소 배출을 최소화했다.

부산항에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국·시비와 민간 재원 총 454억 원이 투입돼 ‘자율주행 기반 스마트항만 모빌리티 플랫폼 기술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부산항만공사는 진해신항에 AI 기반 하역장비 통합제어 시스템(ECS) 인프라 디지털화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해수부도 2032년 개장 예정인 진해신항 1단계 구역을 피지컬 AI 항만의 선도 모델로 구축하기로 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면 신연료 인프라는 이제 계획을 만드는 단계다. 최근 고시된 제4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2026~2030)에는 친환경 선박 주유 시설인 LNG 벙커링 인프라를 부산항 신항 남컨테이너 배후단지에 조성해, 암모니아·수소 등 무탄소 연료까지 공급하는 ‘친환경 복합에너지 터미널’로 조성하는 방안이 반영됐다. 수소 생산과 파이프라인, 벙커링, 이산화탄소 저장을 한 묶음으로 키워 온 로테르담과는 확실히 다른 시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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