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출향기업인 열전] 2. 모닝글로리 한중석 회장·허상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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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문구시장 선도한 부산고 동문

한중석 회장(왼쪽), 허상일 대표

"모닝글로리가 부산 연고 기업인데 모르셨죠? 부산은 수입 문구류가 유독 많아 안타깝습니다. 토종 브랜드를 많이 사랑해주십시오."

국내 문구류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모닝글로리의 한중석(71) 회장과 허상일(58) 대표이사는 공교롭게도 부산고 선후배 사이다. 지난 주 서울 마포 본사에서 만난 이들에게선 남다른 '부산 사랑'이 뚝뚝 묻어난다.

이들은 1981년 회사 설립후 지금까지 35년 중 22년을 같이하면서 모닝글로리를 이끌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리다가 1990년대말 위기를 겪었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사업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 등으로 이제는 제2의 전성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단순 문구에 디자인·과학 도입
센세이션 일으켜 80~90년대 전성기

사무 전산화로 1998년 부도 맞자
해외 진출과 생활용품 도전으로 재기

"수입문구 탓에 되레 고향서 부진
연고지 부산서 점유율 높여 가야"

■사업 부도에서 해외시장으로 재기 성공


문구류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으로 인기가 높았지만 스마트기기 대중화와 사무 전산화 등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모닝글로리도 예외가 아니다. 매출 감소에 이어 1998년엔 부도까지 맞기도 했다.

한중석 회장은 당시를 돌이키며 "직원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전국의 1천여 개 소매점을 찾아다니며 점주들을 설득했고, 소매점주들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해 화의개시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5년만에 회사는 경영정상화로 들어갔고, 2005년부터는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70%대로 이제는 재무구조가 탄탄한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문구류 위주에서 우산, 실내화, 슬리퍼, 목도리 등 학생 생활용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했고, 중국 등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덕분이다.

허상일 대표는 "2개월 전에 대학생용과 직장인용 가방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다. 문구류가 감소하면서 4~5년 전부터 생활용품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는데 전체 매출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수출도 매출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현재 중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호주 등 30여 개 국가와 거래하고 있다. 올해는 신규 캐릭터를 개발해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허 대표는 "사슴, 양, 물개 등의 동물로 변신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상표 등록을 앞두고 있는데 기대가 크다"고 말한다.

■문구류 35년 버팀목은 품질 제일주의

한 회장은 우리나라 문구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독보적 인물이다. 문구류에 디자인과 품질관리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특히 디자인 노트의 개발이 그가 꼽는 최대 성과물이다.

한 회장의 말이다. "예전엔 노트에 디자인 개념이 없었습니다. 겉표지는 흰 바탕에 줄만 그어져 있을 뿐이었고 속지는 실로 얽혀있어 한 장 뜯으면 같이 떨어져나가기 일쑤였죠. 겉표지에 디자인을 넣고 실로 얽힌 노트는 풀로 붙여서 한 장씩 뜯어지게 했는데, 1980년대초 이 노트를 사려고 고객들이 서울 교보문고 매장에 줄을 설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지금도 노트의 경우 품질력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시장 점유율도 50%를 넘어선다고 한다.

허 대표는 "노트의 종이 질은 우리가 최고라고 자부한다"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제지와 함께 개발한 모닝글로리 전용 용지를 쓰고 있다"고 말한다. "글씨를 쓸 때 촉감이 좋고 글자가 뒷면에서 비치지 않고 좋습니다. 노트 디자인은 그래픽디자인과 디자인트렌드로 이뤄진 전담팀이 1차로 1천 컷을 만듭니다. 그런 다음 일선 중고교 앞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거쳐 100~120컷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지난 2009년 출시한 마하펜은 잉크용량이 경쟁사 제품에 비해 3~5배가 많아 고시생들 사이에 인기다. 일명 '고시펜'으로도 불린다. 조만간 잉크 리필이 가능한 '마하 고시펜'도 낼 계획이다.

2개월 전 출시한 '모닝글로리 가방'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디자인연구소 전문 디자이너 30여 명이 직접 시장 조사를 거쳤다고 한다. 자신이 기획한 가방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서 지퍼·안감·마감재 등도 직접 디자이너가 선택했다. 모닝글로리의 사훈이 왜 '작은 일을 훌륭하게'라고 하는지 실감나는 부분이다.

■부산사나이들의 부산사랑

한 회장은 부산고 야구부 후원회장을 8년 가량 맡은 적이 있다. 추신수, 백차승 선수가 활동하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부산고 야구부의 전성기를 이끄는데도 한몫했다고 한다. 한 회장은 지금도 후원회 고문을 맡고 있다.

허 대표의 말이다. "1990년대 말 대통령배와 봉황대기 같은 큰 대회가 열릴 때면 지금은 없어진 동대문 야구장에 회장님과 같이 다니면서 목이 터져라 응원했죠. 추신수 선수는 요즘에도 한국에 들어오면 회장님을 찾곤 합니다."

이처럼 한 회장과 허 대표의 부산 사랑은 남다르지만 모닝글로리의 부산 시장 점유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안타까워 하고 있다.

허 대표는 "저희 제품의 전국 평균보다 부산 시장 점유율이 낮다. 항구도시의 특성상 수입문구가 많이 들어오고, 도매상이 많이 발달한 때문인 것같다"면서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테니 국산제품을 많이 사용해달라"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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