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클린에너지 부산 원년] "원전, 경제적 측면서도 득보다 실 커"

"방사능 폐기물과 테러, 전쟁,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장기간 원전 가동비용이 원전에서 뽑을 수 있는 이익을 압도합니다."
경제학자이자 2011년 독일에서 가동 중인 모든 원전 폐쇄를 결정한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 위원이었던 루치아 라이슈(사진)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교수의 일성이다. 라이슈 교수는 지난 17일 본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당시 윤리위원회의 활동과 독일 사회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獨 탈핵' 윤리위 라이슈 교수
본보 인터뷰서 한국에 고언
"핵폐기물 처리비 천문학적
탈핵 후 전기료 폭등 없어"
라이슈 교수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요청으로 윤리위원회에 참가해 8주 동안 내부 논의와 각 분야의 전문가 초청 토론을 지켜봤다. 당시 윤리위원 17명 중 절반은 원전을 지지하는 입장이었고, 나머지는 원자력 에너지의 상업적 이용을 반대하는 인사들이었다. 윤리위원회는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위원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채텀 하우스 규칙(Chatham House Rule)'을 적용해 수 주 동안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는가 하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TV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라이슈 교수는 "결론을 이끌어내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전 환경부장관인 클라우스 퇴퍼 공동위원장의 숙련된 중재 덕분에 보고서 초안 작성이 가능했다"면서 "보고서는 결국 모든 위원의 지지를 받는 타협의 산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리위원회 활동 기간이 짧았다는 견해에 대해 "당시 원전 폐쇄 논의를 위한 자료가 충분했고, 직전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종의 '블랙스완'(Black Swan·가능성은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사건) 사건으로 볼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기에 빠른 정치적 결정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라이슈 교수는 경제학자로서 비용·편익(B/C) 분석을 적용했을 때 가동 중인 원전에서 얻는 이득보다 비용이 명백하게 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테러의 만연과 발전소 사고, 건강과 같은 사회적 비용은 제쳐두더라도 수천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사용후핵연료 하나만 고려할 때 원전 가동비용이 엄청나게 불어난다는 것. 라이슈 교수는 "원전은 온실가스(CO2)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익으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도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라이슈 교수는 독일에서 원전 폐쇄 후 전기요금이 폭등했다는 국내 보수 야당과 수도권 언론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원전 폐쇄를 결정한 2011년에 독일은 고도로 개발된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도 많이 내려 소비자 요금이 조금 오른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독일 정부는 저소득 가정이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있도록 보조금 정책도 병행했다. 전 사회적으로 추진된 에너지 효율 극대화의 노력도 전기요금 안정에 한몫했다. 덕분에 유럽에서 비교적 저렴한 전기요금을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원전 폐쇄 이후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산업의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원전에서 사라진 일자리를 보상하고도 남는 효과로 연결됐다. 라이슈 교수는 "보조금, 세금 등 법적인 체계를 고려했을 때 전기 가격은 시장 가격이 아닌 정치적 가격이다"고 강조했다.
라이슈 교수는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선 위원장을 원전 중립적인 인사로 임명할 것을 주문했다. 15명 이상의 위원을 임명하지 말 것과 위원회 활동 기간도 3개월이 적절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위원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채텀 하우스 규칙을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라이슈 교수는 "전문가 의견 청취와 토론회에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TV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권유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