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노쇼' 권경애 정직 1년에 유족 반발…야권 "솜방망이 징계"
권경애 변호사. 연합뉴스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면서 소송에 연달아 불출석해 의뢰인의 패소를 초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권경애(58·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에게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정직 1년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학폭 피해자' 유족이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사실상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과 함께 법무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알린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시달린 끝에 2015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박 모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를 대리해 2016년 가해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9∼11월 항소심 변론기일에 세 차례 불출석해 11월 패소했다. 민사소송법상 대리인 등 소송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해도 변론을 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1심에서 유족이 일부 승소한 부분도 있었으나 권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아 항소심에서 전부 패소로 뒤집혔다. 패소 사실을 몰랐던 유족이 상고장을 내지 못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권 변호사는 유족에게 이 사실을 5개월 동안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후 변협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협회관에서 징계위 전체회의를 열어 4시간30여분간 논의 끝에 권 변호사의 정직 1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징계위에는 위원 9명 중 8명이 참석했고, 권 변호사는 이날 징계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권 변호사는 변협에 제출한 경위서에서 '건강 문제로 소송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은 "성실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안으로 판단한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변호사법상 징계 종류는 영구 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 5가지다. 징계위에 앞서 변협 조사위원회는 5월부터 약 한 달간 조사와 내부 검토를 거쳐 정직 6개월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징계위에 건의했다. 반면 유족 이 씨는 이날 전체회의에 직접 참석해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영구 제명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징계위원을 기다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변협의 징계 결정 뒤 이 씨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천인공노할 짓을 하고도 보호받는 것인가"라며 "징계위원들은 우리 딸을 두 번 죽이고 저도 죽인 것"이라고 반발했다. 딸의 영정을 안은 채 무릎을 꿇고 통곡한 그는 "권경애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징계위에) 오지도 않았다"며 "권경애가 왜 변호사를 계속 해야 하나. (변협은) 한없이 관대하다"고 항의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은 20일 "국민들 사이에서 '1년 휴가 받은 거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재랑 대변인은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해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까지 지면서 변호사를 선임했던 피해자들은 '재판 노쇼'에 이중, 삼중으로 고통받았다"면서 "상황이 이러함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결정한 변협은 자신이 가진 책무의 무게와 의미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팔이 안으로 굽은 처분"이라면서 "최소한의 일관성도 없고 학폭 피해 유가족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제 식구 감싸기"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변호사법에 따르면, 법무부는 변협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면서 "변호사들의 끼리끼리 기득권 보호에 지금이라도 법무부가 나서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행법으로는 피해 유가족이 변협 처분에 이의제기도 할 수도 없다"면서 "법무부의 변협을 향한 관리감독, 그리고 징계 의뢰인의 징계 이의신청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 의원은 "최근 5년간 487건에 달하는 변호사 징계 중 영구제명은 고작 1건에 불과하다"면서 "변협의 견고한 법조기득권 쌓기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씨는 권 변호사와 그가 속한 법무법인, 같은 법인 소속 변호사 2명을 상대로 총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올해 4월13일 서울중앙지법에 낸 상태다. 하지만 폐문부재, 이사불명 등의 사유로 소장이 권 변호사에게 세 차례 송달되지 못했다가 이달 15일에서야 전달돼 곧 본격적인 심리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