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청소 하청까지 원청이 ‘진짜 사장’… 노봉법 파장 산업 전방위로
중노위, 급식 업체 사용자성 인정
경영계 “노동부 지침과 배치” 반발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본사. 연합뉴스
중앙노동위원회가 급식·시설관리 등 생산과 무관한 간접 서비스 하청에까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경영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 15일 한화오션을 상대로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제기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 이의신청 재심 신청’에 대해 기각을 결정한 초심 판단을 유지했다.
특히 중노위는 이번 판단에서 초심인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판단을 유보했던 쟁점, 즉 급식·출퇴근 버스·시설관리 하청업체인 웰리브 소속 노동자 450명에 대한 한화오션의 사용자성도 인정했다.
중노위는 “노조가 교섭요구한 산업안전 및 작업환경 의제에 대해 조합원이 근무하는 조리실, 세탁실, 통근버스 등 작업장의 노후시설 및 설비개선은 그 소유자인 한화오션의 협조·승인 없이 웰리브 등이 단독으로 이행할 수 없다”라며 “한화오션이 해당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용자로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하청 노조들의 교섭 요구가 이어지자 한화오션은 당일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다만 사측은 교섭 대상에 웰리브지회 조합원을 제외하고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만 명시했다.
이에 경남지방노동위는 당초 웰리브지회를 교섭 요구 공고 대상에 포함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마다 사용자성을 판단할 경우 판단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법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사용자성 판단 자체는 유보한 바 있다.
중노위 결정에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동부는 지침에서 공장 구내식당 등은 도급 위임계약에 따른 일반적 지시권이 인정돼 원청의 하청기업 소속 조합원에 대한 구조적 통제에 해당하지 않는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중노위가 도급인의 법적 의무 수행을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삼으면서, 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기업이 오히려 교섭 의무와 파업 리스크를 부담하는 모순이 발생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노위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판단을 지양하고, 노동부 해석 지침과 엄격한 법적 기준을 근거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을 통해 산업현장의 혼란 확산을 막아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울산지방노동위원회도 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 사건을 인용했다.
이번 심판에는 사내하청뿐 아니라 보안·구내식당·차량 판매 대리점 등에서 일하는 조합원 1675명이 속한 하청노조 10곳이 참여했다. 직접 생산 공정을 벗어난 서비스 도급에서도 동시다발로 원청 사용자성 인정이 이뤄진 것이다.
노봉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정이 연이어 나오면서 산업계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 노봉법이 시행된 3월 10일 이후 지난달 29일 기준 하청 노조 1091곳(조합원 15만 1000명)이 원청 403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지만, 이를 공식화하고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은 37곳에 불과했다. 원청 입장에서는 교섭 창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협상 역량이 한계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기업들이 노동위 결정에도 교섭을 재개하기보다는 행정소송을 통해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당장 교섭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첫 타자가 되지 않기 위해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화오션도 중노위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중노위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향후 소송에서는 중노위와 지노위 간 판단 기준 차이, 노동부 해석 지침과의 충돌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