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직계 가족 연루 사건 47건… 경찰의 뒤늦은 ‘상피제’
가족이 피의자·피혐의자 45건
피해자·고소인인 경우도 72건
지난달 실시 전수조사서 확인
사건 개입 감찰 현황 요구에는
경찰 “별도 관리하지 않는 자료”
경찰은 내달부터 가족 사건을 다른 경찰관서가 맡도록 하는 ‘상피제’를 도입한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현직 경찰관 가족이 피의자나 피혐의자로 연루된 사건이 전국에서 4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처음으로 가족 관련 사건을 전수조사하면서 드러난 결과다. 그동안 경찰관 가족이 사건 관계인인 사례를 별도로 관리하는 체계가 없었다는 비판 속에 경찰은 내달부터 가족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를 다른 경찰관서가 맡도록 하는 ‘상피제’를 도입한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달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경찰관 가족 관련 사건은 모두 117건이다. 사건 관계인의 지위를 보면 경찰관 가족이 피의자·피혐의자인 경우가 45건이었고, 피해자나 고소·고발·진정인으로 연관된 사건은 72건이었다. 가족관계별로는 직계존속이 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사건 대부분은 일선 경찰서에서 처리되고 있었다. 전체 117건 가운데 111건이 경찰서에 배당됐고 시·도경찰청이 맡은 사건은 6건에 그쳤다. 경찰은 이 가운데 44건을 다른 경찰관서로 이미 이송했거나 앞으로 넘길 예정이다. 또 15건은 이송 여부를 추가로 검토 중이며, 32건은 이미 종결됐거나 종결 단계에 있다.
경찰 자체 감찰로 이어진 가족 사건은 1건에 불과했다. 해당 경찰관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자신의 가족 사건을 직접 담당한 사례였다.
그동안 경찰관이 친족이나 지인과 관련된 사건을 처리하거나 개입한 사례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정 의원이 최근 10년간 경찰관이 본인이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 등 친족 또는 지인 사건을 처리하거나 개입해 감찰받은 현황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자료”라고 답했다.
경찰관과 사건 관계인의 관계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해당 경찰관이 스스로 제척·회피를 신청하지 않으면 이런 사건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경찰은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실시한 이번 전수조사를 토대로 9월 초부터 경찰관 가족 사건에 상피제를 적용한다. 경찰관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이 사건 관계인일 경우 해당 경찰관서가 직접 수사하지 않고 다른 경찰관서로 사건을 넘기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은 사건 수사나 입건 전 조사가 진행되는 경찰관서에 현재 근무하고 있거나 최근 3년 이내 근무했던 경찰관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 사건 관계인으로 연루된 경우다. 경찰은 우선 내부 지침을 통해 상피제를 시행한 뒤 훈령 개정 등을 거쳐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상피제 시행 과정에서는 경찰관과 사건 관계인의 가족관계를 어떻게 사전에 확인할지, 사건을 어느 경찰관서로 넘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접 경찰관서로 이송하면 경찰관 사이의 인적 관계가 겹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지나치게 먼 관서로 넘기면 사건 관계인 조사나 현장 확인 등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경찰은 사건 성격과 수사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이송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내부의 수사 감찰 체계도 손본다. 경찰청은 앞서 지난 7일 ‘개정 형사소송법 후속 조치 TF’ 회의를 열고 하반기 정기 인사에 맞춰 국가수사본부가 담당해 온 수사감찰 기능을 인권감사관실로 이관하기로 했다. 경찰 내부의 비위와 부패 등을 다룰 내부비리수사대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정 의원은 “뒤늦게 마련되는 만큼 빈틈이 없어야 한다. 적용 대상과 신고, 이송 기준을 명확히 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며 “국회 행정안전위원으로서 다시는 장윤기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꼼꼼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