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핵 57개’ 언급에 대북 정책 변화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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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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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가상자산 및 예측시장 업계 경영진들과 회동 중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가상자산 및 예측시장 업계 경영진들과 회동 중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수를 ‘57개’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미국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연내 정상회담을 갖겠다고 밝히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회담 성사’ 자체에 힘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 행보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만날 것이다”라고 답했다. 연내 회담이 성사된다면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무기 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발언은 기존 미국의 비핵화 기조와 간극을 보인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채 핵 프로그램 동결이나 군축을 제재 완화와 맞바꾸는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회담의 목표가 비핵화냐는 질문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까지 북미 회담을 추진하는 데에는 국내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과 지지율 하락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새로운 외교 의제로 띄워 여론의 시선을 돌리고, 회담 성사 자체를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 한다는 해석이다.

북한도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지난 19일 “우리 국가수반이 트럼프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했다. 다만 북한은 핵·미사일 역량을 강화한 데다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도 공고해 미국과의 협상에 서두를 이유가 크지 않다. 회담에 나서는 조건으로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 더 큰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으로서는 북미 협상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른바 ‘패싱’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대북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는 등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잇따른다면 한국이 자처한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북미 회담이 실제 성사되고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경우 한반도 안보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행보에 보조를 맞췄다. 이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관련해 지난 19일 “한미 연합 연습과 야외 기동훈련 축소를 통해서라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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