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물 나르고 폭우에 복구했는데…소방관에 ‘의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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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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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수해 연일 국가소방동원령
“의전 동원, 재난 우선순위 바꿔”
무관 업무 금지 제도화 등 요구

박완수 경남지사가 17일 거제 폭우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경남도 제공 박완수 경남지사가 17일 거제 폭우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경남도 제공

극심한 가뭄과 연이은 폭우로 복구 작업에 매달리는 경남 소방관들이 정치인 등의 현장 방문 의전에 동원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경남소방지부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거제 등 수해 현장을 수습하던 소방관들이 천막·상황판 설치 등 ‘의전 업무’에 동원돼 본연의 재난 대응에 차질을 빚었다고 비판했다.

경남소방지부는 “현장 복구에 투입돼야 할 대원을 빼내 방문자를 위한 천막을 설치하고 상황판을 준비하게 한다면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소방력을 본래 목적과 무관한 업무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과 기관장 등이 재난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현장 방문을 이유로 소방대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중단하고 의전 준비에 동원되는 순간 재난현장의 우선순위가 뒤바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전 업무에 동원된 구체적인 경위와 지시체계 확인 △재난 대응과 무관한 업무를 지시하지 못하도록 기준 정립과 제도화 △불필요한 의전성 업무지시를 거부한 소방공무원에 대한 불이익 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17일 경남 거제시에서 옥포동의 한 아파트 뒤편 야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아파트 주민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입주민들이 추가 산사태 우려에 긴급히 대피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7일 경남 거제시에서 옥포동의 한 아파트 뒤편 야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아파트 주민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입주민들이 추가 산사태 우려에 긴급히 대피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올여름 경남 소방관들은 극심한 가뭄과 기록적인 집중호우라는 정반대의 재난 현장을 잇달아 누볐다.

지난 11일 경남의 가뭄 대응을 위한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되면서 전국에서 물탱크차 200대와 소방인력 400명이 경남으로 집결했다. 소방당국은 밀양·거제·의령·함안·창녕 등 가뭄이 심각한 5개 시·군을 중심으로 농업용수 등을 공급했다. 동원령이 해제된 지난 15일까지 소방차량은 4603차례 출동해 총 3만 4839t의 물을 공급했다.

가뭄 대응이 끝난 지 이틀 만에 거제·통영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 17일 거제에 577.4mm의 비가 내려 1972년 관측 이래 일강수량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국 97개 종관기상관측지점 기준으로도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강수량이다.

폭우로 거제 옥포동에서는 산사태 토사가 주거시설을 덮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으며, 통영 곤리리에서도 산사태로 1명이 다치는 등 소방 집계 사망 1명·경상 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거제·통영 지역에서 접수된 호우 관련 신고만 1947건에 달했다.

소방당국은 집중호우 대응을 위해 다시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거제·통영에 소방인력 387명과 장비 84대를 투입했다. 소방은 20건의 인명구조 활동을 벌여 136명을 구조했으며, 침수지역 배수와 토사 제거, 도로·주택 안전조치 등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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