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 1조 달러 시대라는데 지역 기업은 환율 역풍에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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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늘어 달러 벌어도 환율 탓 수익 악화
장기화되면 수출 생태계 위협…대책 시급

2일 부산항 자성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부산 수출이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원화 강세(환율 하락)와 상반기 대비 3배 이상 폭등한 해상운임 여파로 지역 기업들의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일 부산항 자성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부산 수출이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원화 강세(환율 하락)와 상반기 대비 3배 이상 폭등한 해상운임 여파로 지역 기업들의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7월 초만 해도 달러당 1600원을 넘보던 원달러 환율이 갑작스런 하락 전환 후 두 달 넘게 1300원대에 머물며 지역 수출 제조업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경제 전체엔 원화 강세가 나쁜 것은 아니라 해도 수출 생태계의 기초 체력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면 그냥 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특히 조선과 조선기자재, 철강, 수산업 같은 부산·울산·경남 주력 수출 산업에 직격타가 되고 있다. 같은 물량을 수출해 달러를 벌어도 원화 매출이나 이익이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상반기 고환율 효과도 하반기에 대부분 상쇄된 분위기다. HD한국조선해양이나 한화오션 같은 대기업도 영업이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수출 제조업에 가해지는 환율 압박은 기록적인 수출 호조에 가려져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대한민국 누적 수출액은 9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11월에는 1조 달러 돌파도 예고됐다. 수출 1조 달러는 세계적으로도 미국 중국 독일만 일군 대기록으로 축하할 일이다. 반면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수출 실적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벌어들인 달러가 시장에 풀리며 환율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 수출 제조 기업도 수출은 늘었다. 부산 기업 수출 규모도 올해 2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다. 하지만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고, 중소·하청기업들이 먼저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개별 기업 사정은 더 딱하다. 부산의 한 철강 기업은 원화 강세 여파로 제품 가격이 저절로 올라 수출 비중을 늘리던 미국 시장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환율에 더해 수출 환경마저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던 지역의 플랜트·조선 기자재 기업은 환율 하락에 철강 관세, 해상 운임 상승까지 겹쳐 수익성이 뚝 떨어졌다. 문제는 수출 호조를 발판 삼아 꾀해야 할 기업 성장 기회가 날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짧은 기간에 환율이 급변한 탓에 내년 사업 계획이나 투자 전략을 세우기가 난감해졌다. 미국 금리, 엔화, 지정학적 위험 탓에 향후 환율이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도 쉽지 않아 기업들 고민을 키우고 있다.

거시경제적 요인인 환율은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이 어려운 만큼 정부나 금융 당국이 서둘러 나서야 한다. 대기업들도 대응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판이니 자금 여력이나 전담 인력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하청기업은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환율 리스크가 계속되면 가격 경쟁력이나 납품단가 등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우선, 외환 당국이 과감한 조치로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 여기에 수익성 악화를 겪는 수출 기업에 환변동보험 지원 확대, 긴급 경영자금 공급 등 직접 지원이 시급하다. 사상 최대 수출 와중에 진행되는 환율 변동은 수출 생태계 전체와 얽혀 있는 문제인 만큼 당국과 기업 모두 비상한 자세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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