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독과점 사업자 가격폭리·사업활동 방해 등 제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으로 독과점 사업자가 해외 시장보다 국내 시장에서 가격을 부당하게 높게 결정하거나 원가 상승기 상품 가격을 재빠르게 인상하면서 원가 하락기엔 높은 가격을 계속 유지해 폭리를 취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6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가운데 2001년 이후 개정된 적 없는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 금지'를 변화한 경제 환경에 맞춰 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공정위는 독과점 사업자의 가격 남용행위 규율을 개선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가격 남용행위를 '가격의 부당한 결정·유지·변경'으로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징금 등 제재하고 있다. 구체적인 행위 유형과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시행령에선 '가격의 부당한 변경'과 관련된 사항만 규정한다. 이 때문에 해외 시장보다 국내 시장에서 가격을 부당하게 높게 결정하거나(가격 결정), 원가 상승기에는 상품 가격을 즉각 인상하면서 원가 하락기에는 인상된 높은 가격을 계속 유지해 폭리를 취하는 행위(가격 유지) 등을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가격의 부당한 결정 또는 유지 행위도 가격 남용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규율 범위를 확대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사건에선 원가 상승·하락기 관련 가격 행위와 관련해 여러 사업자를 제재한 적 있지만 독과점 사업자와 관련해선 이를 금지 행위로 (제재를) 집행한 사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가격 결정 행위와 관련해선 '공급에 필요한 비용'뿐 아니라 '외부의 통상적 가격 수준'과도 비교해 판단하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행 시행령은 가격 남용이 성립하려면 '가격의 현저한 상승'을 요구하는데, '현저성' 요건을 '상당성'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현저성'의 입증이 지나치게 어려워 가격 남용 조항 자체가 사실상 사문화된 상황임을 고려한 조치다.
독과점 사업자의 사업 활동 방해행위도 새롭게 추가한다. 현행 시행령은 사업 활동 방해행위 유형으로 ▲ 원재료 구매 방해 ▲ 필수인력 채용 ▲ 필수요소 접근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행령의 위임을 받은 고시에서는 ▲ 거래 거절 ▲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 ▲ 가격 또는 거래 조건 차별 ▲ 불이익강제 행위 등을 명시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시행령 규정 유형이 고시에서 재차 세부 유형, 기준이 구체화했지만, 고시 규정 유형은 구체적인 판단 기준 등이 명시되지 않아 법 해석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집행 실적이 많은 주요 고시 규정 유형인 ▲ 거래 거절 ▲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 ▲ 가격 또는 거래 조건 차별 ▲ 불이익 강제는 시행령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실적이 거의 없는 시행령 규정 유형인 필수인력 채용은 고시로 하향해 집행 현실에 맞게 유형을 정비한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제조업을 기반으로 현행 시행령 규정이 대부분 마련돼 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사업 활동 방해행위 유형도 신설·보완한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원재료 구매 방해 행위' 조항을 '유·무형의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구매·접근·이용 또는 이동을 방해하는 행위'로 개정한다. 제조업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 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조처다.
아울러 현행 불공정거래행위 시행령에선 금지하지만,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행위 시행령에선 별도 조항이 없던 '경쟁제한적끼워팔기'를 별도 유형으로 추가한다.
또 ▲ 거래 과정에서 생성 또는 수집한 비공개 정보를 부당하게 경쟁에 활용하는 행위 ▲ 독과점 사업자 자신을 통하지 않고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것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도 신설한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소비자이익저해행위'의 입법 공백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 타당성 없는 거래 조건을 부과하거나 상품·용역의 품질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행위 ▲ 부당하게 선택을 제약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 등을 소비자 이익 저해 행위로 명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입법 예고 기간에 제출된 이해 관계자,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검토해 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시행령 개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