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 '제로맵'-프롤로그] "도와주세요" 우리 동네의 절박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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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후 4년간 '부산 SOS지수' 분석

여기,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부산'이 존재한다. 붉은 반점부터 푸른 얼룩까지 206개 동(洞)에서 보내온 형형색색의 신호들. 이 신호는 무엇을 의미하며,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양극화, 고령화, 심화, 악화…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부산을 나타내는 말들. 부산이 문제인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동네에 무슨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지는 물음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시 복지 예산 2조 원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쓰이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물음과 의문을 풀기 위해 부산일보 특별취재팀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206개 동(2015년 기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본보, 부산시 206개 동 대상
4년 간 복지 지표 변화 분석
"사각지대 지원 본격 나서야"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인구 △빈곤 △건강 △교육 △주거 등 삶의 척도가 되는 5대 분야에서 세부 지표 10여 개를 모았다. 2011년과 2015년, 그리고 4년간의 변화 추이를 분석했고, 그 결과는 하나같이 암울했다. 마치 "도와 달라" "살려 달라"는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취재팀은 이 신호에 응답하기 위해 분석 결과를 점수화한 뒤 '부산 SOS 지수'란 이름을 붙였다. SOS 지수(순위)가 높을수록 삶의 여건이 나빠진, 따라서 '우선 지원'이 필요한 동네란 의미다. 지도 위에 붉은 색에 가까운 동네일수록 이에 해당한다.

SOS 지수를 통해 드러난 지난 4년간 부산의 추락세는 뚜렷했다. 16개 구·군 모두 지수가 올랐고, 그중 서구의 오름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동별로 보면 사상구 덕포2동과 덕포1동이 1·2위(읍·면 제외)를 기록했다. 중위권인 동구도 속을 들여다보면 13개 동 중 무려 7개 동이 상위 20%에 속했다. SOS 지수를 동네별로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이번 시도는 동네별 순위를 가려 부촌(富村)-빈촌(貧村) '낙인'을 찍으려는 게 아니다. 취재팀이 분석 결과에 'SOS 지수'란 이름을 붙이고, '현재 점수'가 아닌 '변화 추이'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예로 2011년과 2015년 SOS 지수는 '모라동'이 가장 높지만, 4년간 변화를 살피면 '덕포동'의 순위가 압도적으로 위에 있다. 덕포동은 '못 사는 동네'가 아니라, 삶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빠진 '억울한 동네'인 셈이다.

취재팀은 지난 4년간 SOS 지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11곳을 선정해, 현장으로 향했다. 도로 하나 사이로 극명하게 갈리는 '생활 격차', 운명이 돼버린 '푸세식 화장실', 부촌에 둘러싸인 '사각지대' 등 동네별로 도움이 필요한 구체적인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SOS 지수가 높은 곳, 즉 '구조 신호'가 강한 동네부터 먼저 공공·민간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정확한 지표를 통해 동네별 수준을 진단한 뒤 이를 근거로 적절한 정책을 마련해, 하루빨리 동네 격차와 복지사각을 '제로화'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djrhee@busan.com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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