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테크] 미스터멘션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공간 넘어선 가치 선사… ‘장기 숙박’의 새로운 문화 만들다

지난달 26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미스터멘션 사무실에서 만난 정성준 대표(맨 오른쪽)와 직원들. 전국 유일 장기 숙박 플랫폼을 제공하는 미스터멘션은 ‘한 달 살기’ 유행을 주도하며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김경현 기자 view@ 지난달 26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미스터멘션 사무실에서 만난 정성준 대표(맨 오른쪽)와 직원들. 전국 유일 장기 숙박 플랫폼을 제공하는 미스터멘션은 ‘한 달 살기’ 유행을 주도하며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사무실 문을 열자 마치 대학가의 펍(PUB)처럼 블랙핑크의 최신곡이 실내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직원들이 분주하지만 흥겹게 움직였다. 32세의 젊은 대표는 인턴 직원의 자리에 앉아 같은 모니터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부산의 스타트업 ‘미스터멘션’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장기 숙박 플랫폼을 제공하는 전문 업체다. 평균 연령 27세의 부산 청년들이 만들어 가는 플랫폼은 전국을 강타한 ‘한 달 살기’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전국 유일 장기 숙박 플랫폼 업체

깐깐한 호스트 관리로 서비스 보증

거주 도시 체험 프로그램도 연계

평균 연령 27세 청년들로 구성

열정 가득 직원들 토론에 적극

‘수평적 분위기’ 조직 성장 비결

‘한 달 살기’의 시작은 미스터멘션

2016년 문을 연 미스터멘션은 7일 이상 한 곳에서 숙박을 원하는 ‘장기숙박러’를 위한 숙박 플랫폼이다.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원하는 도시의 숙박 공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숙박 일수는 물론이고 마당과 수영장 여부, 근처 편의시설과 대중교통, 애완견 동반 가능 여부까지 카테고리별로 확인이 가능하다.

숙박 플랫폼이지만 숙박 공간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와 연관된 각종 체험·놀이 프로그램을 연계해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장기 숙박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제주도의 경우 감귤 따기 체험, 서핑 배우기, 도자기 만들기, 리마인드 웨딩, 텃밭 가꾸기 등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한다. 미스터멘션 정성준 대표는 “한 달 살기로 통칭되는 장기 숙박 여행은 단순히 오랜 시간 여행을 즐긴다는 의미를 뛰어 넘었다”며 “수십 년간 간직했던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보려고 한 달 살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여러 콘셉트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터멘션의 또다른 장점은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숙박 플랫폼 에어비엔비의 경우 이용객들의 평균 숙박일이 2~3일에 불과하다. 회전율을 높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숙박을 하더라도 할인율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면 미스터멘션은 장기 숙박만 받는 대신 할인율을 극대화했다. 정 대표는 “미스터멘션에 가입한 호스트들은 잦은 청소 등 단기 숙박에서 비롯되는 여러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장기 숙박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스터멘션은 호스트들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해주는 대신 최저가의 가격을 보장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터멘션은 까다로운 호스트 관리로도 정평이 나 있다. 숙박 서비스, 고객 메시지 응답 속도, 비상 상황 대응 등을 측정해 호스트 등급제를 실시한다. 제주도는 물론 방콕이나 치앙마이 등에 해외에도 직원을 파견해 숙박 서비스를 수시로 점검한다. 사진과 다른 숙박시설을 제공하거나 고객에게 불친절한 호스트에게는 벌점이 부과된다. 방문자들의 후기가 좋은 숙소는 상단에 노출되기 때문에 호스트 입장에서는 수익을 계속 내려면 지속적으로 집 관리와 각종 서비스를 개선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미스터멘션은 최근 제주항공, 아이러브 치앙마이와 손잡고 태국 치앙마이 항공권 특가 이벤트도 시작했다. 미스터멘션을 통해 치앙마이 항공권을 구매하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치앙마이를 다녀올 수 있다는 게 미스터멘션 측의 설명이다. 다양한 콘셉트의 연계 패키지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토론하며 배우는 조직 문화가 성장 발판

현재 미스터멘션은 부산, 제주도, 서울, 태국 방콕과 치앙마이에 장기 숙박 서비스를 한다.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한 달 방문자 숫자가 4만 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20억 원 이상의 거래금액이 달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성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정 대표는 임대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던 부모님을 보며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부동산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며 불안해 하시던 부모님을 보고 공유 숙박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지금도 부동산 업체만 바라보고 있는 전국, 아니 전세계의 부모님들이 공유 숙박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터멘션 소속 15명의 직원들은 대표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언제든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휴일이라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 정도로 직원들이 열의에 차 있다. 정 대표는 “작은 규모의 업체일수록 직원들의 열정과 태도가 중요하다”며 “열정에 가득 찬 전문가들이 토론하며 서로 배우는 문화야말로 우리 조직의 성장 비결”이라고 했다.

지역 공유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만큼 정 대표는 공유경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정 대표는 “관련 규제가 막혀있는 탓에 국내에서는 공유 숙박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라며 “연내 관련 법 개정이 예고돼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