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산업 미래보고서 : 1. 스마트팩토리] 철학 담은 스마트 기술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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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으로 내 발 모양에 맞는, 원하는 디자인의 신발을 주문한다. 실시간으로 주문을 확인한 로봇은 사람 대신 원단을 자르고, 3D 프린터는 부속을 만들어 꿰매고 붙인다. 스타일, 깔창, 소재, 색깔, 심지어는 신발 끈까지 단 1명의 고객을 위한 완전 맞춤형 신발이 완성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5시간. 동일한 제품을 동남아 공장에서 만들려면 3주 이상이 소요된다. 글로벌 스포츠웨어 기업 아디다스가 독일 안스바흐에 건립한 스마트 신발공장 ‘스피트 팩토리’에 관한 이야기다.

생산 전 과정 디지털 자동화

글로벌 기업 성장 필수 요소

부산은 걸음마 수준에도 미달

인력 양성·IT역량 강화 절실


■인간 노하우 대신 빅데이터

이처럼 글로벌 기업에게 스마트 팩토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스마트 팩토리란 제조는 물론 설계·개발, 유통·물류 등 생산 전 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적용돼 생산성과 품질, 고객만족도 등을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공장을 일컫는다. 제품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 축적된 수십 만, 수백만 건에 이르는 빅데이터는 공정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나침반이다. 과거에는 숙련된 인간 노동자가 자신의 눈대중이나 노하우로 내리던 결정을,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이다.중소벤처기업부가 2014~2017년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전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생산성은 30%, 품질은 43.5%, 납기 준수율은 15.5% 증가했다. 매출과 고용이 증가한 반면 산업재해와 원가, 불량률 등은 감소했다.

■걸음마조차 못 뗀 지역 업계

하지만 아직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스마트 팩토리 수준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부산의 스마트 팩토리 역량은 걸음마를 시작한 서울, 수도권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진다. 부산중소벤처기업청에 따르면 2014~2018년 전국에 구축된 스마트 팩토리는 7903개다. 이 가운데 부산지역 스마트 팩토리는 전체의 5.5%가량인 442개에 불과하다.

양적 불균형보다 우려스러운 건 지역의 질적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먹거나 각종 공모사업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공정의 본질적 변화와 상관없는 ‘수박 겉핥기’식 스마트 팩토리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부산대 이해영 산학협력중점 교수는 “지역의 일부 기업은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단기적으로 기본 시스템 구축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적지 않은 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대 동남권 그랜드 ICT 연구센터가 4년 간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동남권 33개 중소·중견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 수준은 대부분 1단계 중후반에 그쳤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 수준은 점검, 모니터링, 제어, 최적화, 자율운영 등 5개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사실상 엑셀로 근무계획을 짜고 작업지시서를 프린트해 종이로 전달하는 등 스마트 팩토리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는 이미 4단계 이상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한 상태다. 부산대 정보의생명공대 김종덕 교수는 “국내 극소수 대기업이 3단계 수준을 막 구축한 수준인 반면 독일과 일본 등 경쟁국들은 이미 4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력양성·IT업계 투자도 절실

스마트 팩토리가 지역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공정 도입만큼이나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관리란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말한다. 하지만 많은 지역 업체가 시스템만 도입하고 손을 놔 버린다. 이해영 교수는 “대학과 출연기관 등이 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도 독일 정부와 아헨공대가 컨소시엄을 구축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해 줄 IT업체들의 역량 강화도 지역사회가 풀어야할 숙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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