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세연 의원 전격 불출마…영남 중진 물갈이 신호탄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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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3선인 김세연(부산 금정) 의원이 17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탄핵 정국 이후 불출마 의사를 일찌감치 밝힌 김무성 의원 외에 한국당 중진들 중에서는 첫 불출마다. 이에 따라 당 안팎의 물갈이 여론 속에서도 출마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당 중진, 특히 영남권 다선 의원들에 대한 용퇴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총선 불출마 입장을 전했다. 김 의원은 선언문에서 먼저 “정치인이 되고자 정치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 파견나와 있는 건전한 시민을 정체성으로 의정활동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 ‘만성화’를 넘어 이미 ‘화석화’되어 버린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립 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절대반지를 끼는 순간 이성을 잃게 된다”며 “공적 책무감으로 철저히 정신무장을 해야 그것을 담당할 자격이 주어짐에도, 아무리 크든 아무리 작든 현실정치권력을 맡은 사람이 그 권력을 사유물로 인식하는 순간 공동체의 불행이 시작된다”고 정치 현실에 대한 실망이 불출마의 원인이 됐음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이어 “내일 모레 50세가 되는 시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니, 이제는 정치에서는 그칠 때가 되었다”며 “권력의지 없이 봉사정신만으로 이곳에서 버티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된 사정”이라고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변화하지 않는 당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며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계시는 분들 중에 인품에서나 실력에서나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대의를 위해서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라고 당 핵심 인사들의 용단을 촉구했다. 특히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투톱’을 향해 “정말 죄송하게도 두 분이 앞장서고, 우리도 다같이 물러나야만 한다. 미련 두지 말고, 깨끗하게 물러나자”고 말했다.

김 의원은 끝으로 “남은 6개월여의 임기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금정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임하겠다”면서 “그동안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일일이 따로 양해를 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했다.

고(故) 김진재 의원의 아들로 아버지의 지역구인 부산 금정에서 18대 총선부터 20대까지 내리 3선을 한 김 의원은 올해 48세로 한국당 3선 중 가장 젊은 데다 지역구도 비교적 탄탄한 편이어서 당내에서는 이번 불출마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의원이 이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것은 당내 중진들에 대한 용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단 한 사람도 나서지 않는 당내 분위기 속에서 당의 쇄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이 불출마를 하리라고는 당내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기류다.

김 의원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당내 3선 이상 중진 중 가장 개혁적 이미지가 강한 김 의원이 선도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나머지 중진들도 적잖은 불출마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영남 최다선인 김무성 의원은 지난 탄핵 정국에서 불출마 입장을 밝혔고, 최근에도 보수 통합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나머지 영남권 중진 중에서는 아직 불출마 입장을 밝힌 의원은 없고, 재선인 김성찬 의원(경남 창원시 진해구)이 이틀 전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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