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밖 세상에는 보는 것 이상 뭔가가 있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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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 작가는 런던 히스로공항 주변의 풍경을 통해 중심인 공항을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왼쪽 사진은 공항 주변에서 취미로 비행기 관찰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낸 'Terminal 5'. BMW포토스페이스 제공 김신욱 작가는 런던 히스로공항 주변의 풍경을 통해 중심인 공항을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왼쪽 사진은 공항 주변에서 취미로 비행기 관찰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낸 'Terminal 5'. BMW포토스페이스 제공

왜 공항일까 생각했다. 그것도 공항 주변을 찍는 이유는 뭘까?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김신욱 작가는 ‘사진을 공부하는 유학생 김신욱’과 ‘여행사 운전기사로 일하는 생활인 김신욱’ 두 개의 모습을 갖고 있다. 김 작가의 전시 ‘On the Periphery, 주변에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BMW포토스페이스에 가면 공항 밖 세상의 낮과 밤을 담은 사진 31점이 기다린다.


김신욱 작가 개인전 ‘주변에서’

런던서 여행사 운전기사 일하며

히스로공항 주변 찍은 사진 전시

문화인류학 측면 카메라 담아

“김해공항 찍어보려 리서치 중”

공항 주변 마을의 일상적 밤 풍경을 담아낸 ‘Hatton Cross’. BMW포토스페이스 제공 공항 주변 마을의 일상적 밤 풍경을 담아낸 ‘Hatton Cross’. BMW포토스페이스 제공

김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첫 카메라를 선물 받았다. 사진이 취미인 아버지를 따라 부산 태종대부터 강원도 폐탄광까지 전국으로 촬영여행을 다녔다. 그는 “아버지에 의해 전략적으로 사진작가로 키워졌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광고사진을 찍었지만, 안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순수 예술학과로 학사 유학을 떠났다. 왕립예술학교 사진학 석사 과정에 진학하며 경제적으로 독립했다. 런던 히스로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을 픽업해 호텔로 실어나르는 ‘운전기사 김신욱’도 더 바빠졌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김 작가가 히스로공항을 방문한 횟수는 주차 영수증에 기록된 것만 2500번 이상, 실제로는 3000번에 육박한다. 공항 내 주차비가 비싸 사람들이 나올 때까지 공항 주변에서 대기했다. 공항 주변에 머무는 시간이 누적되니 뭔가 느껴졌다. “공항 담장 너머 주변에는 도시와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특정한 사람들이 모이는 패턴도 보였다. 이것을 작업화해보자고 생각했다.” 2013년 10월 공항으로 가는 김 작가의 손에 카메라가 들렸다.

늘 머무르던 차에서 내려 걷고, 보고, 찍었다. 처음에는 공터 등 공항의 지형학적 측면이 담긴 사진이 많았다. 작업이 잘 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방식을 바꿔봤다. 사람들에게 다가가 너는 왜 공항에 오느냐, 왜 비행기 사진을 찍느냐를 물었다. 상대방의 집까지 따라가는 일도 생겼다.”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정보가 들어왔고, 김 작가의 사진에 문화인류학적 측면이 담기기 시작했다.

김 작가 사진에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취미로 비행기 관찰(Plane Spotting)을 하러 온 사람들과 일 때문에 공항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의자를 들고 와서 망원경으로 비행기 동체에 각인된 고유넘버를 체크하고 비행기 동선을 기록하는 전자는 백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바로 옆으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마을에 살며 공항으로 출퇴근을 하는 후자는 대다수가 서남아시아인과 동유럽 이민자다.

비행기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지어진 집과 비행기의 어색한 공존, 히스로공항 제3 활주로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모습, 공항 주변 호텔에 머무는 승무원의 옷장에서 느껴지는 공허함, ‘비행기 덕후’를 위한 가게 내부, 공항 주변 마을에 만들어진 간이놀이시설 등을 찍은 ‘Unnamed Land:Air Port City’는 공항으로 인해 파생된 주변 모습을 통해 그 중심에 있는 공항을 바라보는 관점을 더 다양하게 만든다.

2015년부터 2년간 공항 주변 밤 풍경을 담은 ‘Night Spotting’ 시리즈에는 히스로공항 외에도 인천과 김포공항 주변 모습이 들어있다. 불 꺼진 마을과 도로, 밭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는 밤하늘에 빛나는 선을 그려낸다. 비행기가 남긴 빛과 들리지 않는 소음을 품은 두 지역 풍경에서는 9시간이란 시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김 작가는 각 사진에 촬영 당시 현장을 지나간 비행기 편명 정보도 기록으로 남겼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영국을 떠나는 날 몇 시간 먼저 가서 공항 주변 사진을 찍다가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밥 먹듯 히스로공항 주변을 찍어 온 ‘유학생 김신욱’은 그날을 항상 상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오면 부산 김해공항 주변도 찍어보려고 리서치 중”이라고 덧붙였다. ▶‘On the Periphery, 주변에서’=4월 11일까지 BMW포토스페이스. 051-792-1630.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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