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각’ 승선실습 원양선… 선샤인호엔 의료인 전무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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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대 실습생 사망 미스터리

A 씨가 쓰러진 선샤인호. A 씨가 쓰러진 선샤인호.

한국해양대생 A 씨의 죽음으로 원양으로 나가는 어선과 상선에 탑승한 선원이 응급 상황에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A 씨가 탄 팬오션 사의 ‘선샤인호(1만 7850t)’에는 의료진이 없었다. 선원법에 따르면 100명 이상의 승객이 탑승하는 여객선에는 의료진이 의무적으로 승선하도록 돼 있지만, 나머지 선박에는 의무 사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선샤인호는 특수화물을 실어나르는 중량화물선이다. A 씨를 포함해 총 22명의 선원만 승선한 선박이었던 만큼 의료진은 동승하지 않았다.


승객 100명 넘어야 의사 승선

원격의료장비 선박도 80척 불과

탑승 선원 응급상황 ‘속수무책’

119에 전화 걸어 어설픈 조치만


선원법은 의사를 태우지 않은 원양 선박 중 5000t이 넘는 선박에는 의료관리자를 두도록 하고 있다. 의료관리자는 선박 운항 중 선원의 건강관리, 보건지도 등을 맡고 각종 의료사고 시 적절히 대처해 선원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팬오션 측은 선샤인호에 탑승한 사관들이 의료관리자 자격증을 갖춘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이 A 씨가 쓰러졌을 때 거즈로 물과 이온음료를 제공하고 기본적인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 외에 어떤 응급조치를 했는지는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선샤인호가 당일 119 응급의료센터로 전화해 어떤 식으로 응급 조치를 하면 되는지 설명받았다”고 전했다. 119 응급의료센터와의 통화만으로는 의료진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전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해수부는 이처럼 배 안에서의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해양 원격의료 지원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원격의료 지원시스템을 갖춘 선박은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부산대병원 원격의료센터로 연결되며 원격 장비를 통해 의료진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특히 병원 이송이 어려운 원양선은 응급 상황에서 초기에 적절히 의사에게 자문할 수 있어야 생명을 담보할 수 있다. 부산대병원은 원격진료 모니터링을 통해 1년에 1만 건 넘는 진료를 보고 있다.


하지만 2019년 현재 해수부에 등록된 1242척의 원양 항해 선박 중 원격의료 장비를 갖춘 배는 80척에 불과하다 선샤인호 역시 해양 원격의료 장비를 갖추지 않았다. 해수부는 올해 20척을 추가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전체 원양선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원격의료 자체가 의료계에서 찬반 논란이 심한 상태라 전면확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매년 20척씩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대병원 융합기술의학원 관계자는 “배 안은 의료 사각지대인 만큼, 응급 시에 발빠른 대처가 가능하도록 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서유리 기자 yool@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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