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보다 야외에서 합장… 절집 풍경 바꾼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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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첫날 부처님오신날 풍경 공양 대신 간단한 간식 제공도

부처님오신날인 30일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삼광사 경내에 오색 연등이 걸려 있다. 삼광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30일로 연기했다. 김경현 기자 view@

30일 오후 2시 부산 백양산 자락에 있는 선암사. 이곳에는 황금연휴의 첫날이자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들른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법당 앞에 놓인 아기 부처상에 물을 부어 씻기려는 시민들이 긴 줄을 만들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의식한 듯, 사찰에는 ‘거리를 두고 줄을 서 주시기 바랍니다’ ‘사찰 및 법당에서는 마스크를 벗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신도와 방문객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줄을 설 때 일정한 간격을 두는 등 위생 수칙을 준수했다. 감염 우려가 높은 법당보다는 야외에서 합장을 드리는 신도들이 더 많았다. 기존에 제공되던 ‘공양’도 이번에는 간단한 간식으로 대체됐다.

사찰을 찾은 김 모(52·부산진구) 씨는 “오랫동안 집 안에만 머물다 연휴를 맞아 오래간만에 외출하게 됐다.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긴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절밥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황금연휴 첫날인 만큼 전국 사찰과 함께 도심에도 시민들이 모였다. 30일 낮 12시 부산 서면 일대에도 연휴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3층짜리 카페는 모든 자리가 가득 차 돌아가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로 붐볐다. 대형 쇼핑몰에도 연휴를 맞아 외출한 가족과 연인들로 가득 찼다. 이날 친구와 함께 외출한 박 모(27·부산진구) 씨는 “모처럼 맞는 연휴에 날씨도 너무 좋아 마스크를 끼고 외출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조심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 카페만 잠시 들르고 집에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탓에 연휴를 집이나 실내에서 보내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세 살배기 딸을 둔 최 모(35·수영구) 씨는 “이번 연휴에 부산 밖으로 나들이를 다녀올까 싶기도 했지만 아내와 논의 끝에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면서 “집에만 있어 몸이 근질거리긴 하지만 혹시나 아이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돼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기 전까진 외출을 자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행을 떠난 이들도 집에서 수건을 챙겨가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1박 2일 전라도로 여행을 떠난 강 모(24·서구)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렌터카보다는 자차를 이용하기로 했다”며 “감염 우려때문에 숙소 수건을 쓰지 않고 집에서 챙겨간 수건을 사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상배·박혜랑 기자 sang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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