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 한 듯 살찌고 그을린 얼굴 보이며 건재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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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만에 등장한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 좌우에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 뒤쪽으로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열린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영상과 사진이 북한 매체에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후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는데, 보도를 통해 잠행 20일 만에 자신의 건재를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이는 ‘특이동향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힌 한국 정부의 분석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코로나19 방역협력과 남북 철도연결 등 교류 사업은 일단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3일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한국군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하면서 그 배경이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군 당국은 의도적인 도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비료공장 준공식 영상 신속 공개
계단 오르고 간부와 서서 대화
시종일관 정상적인 모습 보여 줘
靑 “김, 수술 안 받은 것으로 판단”

3일 GP 총격은 우발적 가능성

■무색해진 ‘건강 이상설’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2일 일제히 김 위원장의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을 보도했다. 특히 매체들은 준공식 영상을 발 빠르게 공개했다. 조선중앙TV는 2일 오후 3시께 시작된 정규방송 첫 순서로 김 위원장이 참석한 전날(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소식을 약 15분 분량의 편집 영상으로 내보냈다. 오전 인쇄 매체를 통해 사진을 공개하고, 같은 날 오후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통상 영상은 사진 공개 다음 날 보여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비교적 신속하게 영상을 쐈다.

영상에는 김 위원장이 걸어 다니거나, 인파의 환호에 손을 흔들거나, 간부들과 서서 대화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담겼다. 김 위원장의 정상적인 모습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설 내부를 둘러보거나 계단을 내려가는 등 시종일관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일부에선 김 위원장이 지난달 11일보다 오히려 살이 더 찌고 야외활동으로 피부가 다소 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나왔다. 앞서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을 중단한 20일간 원산에 체류하며 승마나 제트스키 등 야외활동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밝히기 어렵지만 판단 근거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합적인 판단이 그러하다는 것이고, 정보기관에서도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상 공개 이후에도 일부에서 제기하는 건강 이상설에 대해 거듭 ‘특이동향 없음’을 강조하며 정부의 정보 신뢰성을 보여 준 것으로 해석된다.



■北 총격 ‘우발성’에 무게

이런 가운데 3일 북한군은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한국군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3일) 오전 7시 41분께 중부 전선 감시초소(GP)에 대해 북측에서 발사된 총탄 수발이 피탄되는(총알에 맞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GP 근무자가 수발의 총성을 듣고 주변을 확인한 결과 GP 외벽에서 4발의 탄흔과 탄두 등이 발견됐다. 군은 10여 발씩 2회에 걸쳐 경고사격을 한 뒤 사격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경고 방송을 했다. 남측 인원과 장비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심은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총격이 이뤄진 배경이다. 일부에서는 의도적 도발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일단 군은 오발 사고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20일 만에 등장한 것과의 연관성도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당시 안개가 짙게 끼어 시계가 1㎞ 이내로 굉장히 안 좋았다”며 “통상적으로 그 시간대가 북측의 근무 교대 이후 화기 등 장비 점검이 이뤄지는 시간대”라고 설명했다. 총알에 맞은 GP 탄흔을 초기 분석한 결과, 유효 사거리 내에서 화기가 발사된 것은 아닌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와 함께 당시 기상과 북한 동향 등을 종합 고려할 때도 당국은 오발 사고 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정부는 대북 전통문을 보내 북측의 설명을 요구한 상황인데,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북측의 답신은 없다.

청와대도 유사한 평가를 내리고 이번 총격 사건이 방역협력 등 남북 교류사업 추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분위기다. 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북한에서 문 대통령의 방역 협력 제안과 관련해 반응이 온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 “저희도 (협력을)제의한 이후 기다리고 있고, 준비 작업들에 있어서 할 만한 것들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원론적이지만, 총격 사건 이후에도 ‘상황 변화가 없음’을 확인해 준 셈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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