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검증, 정치적 부담 때문에 안전·환경 외면하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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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 운명은

올 1월 3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신정 휴가 시즌을 맞아 해외여행을 가려는 이용객들로 가득 차 있다. 김해공항 이용객 급증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져 이용객들의 불편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가덕신공항 건립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일보DB 올 1월 3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신정 휴가 시즌을 맞아 해외여행을 가려는 이용객들로 가득 차 있다. 김해공항 이용객 급증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져 이용객들의 불편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가덕신공항 건립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일보DB

“안전, 환경, 소음 분야에서 다 문제가 있다고 확인됐는데, 그대로 강행하는 게 말이 되나.”

동남권 신공항의 운명을 가를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 발표가 6월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산·울산·경남(PK) 지역 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검증위는 논의 내용에 대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지역 여권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파악하기로는 검증위가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계획에서 다수의 문제점을 확인했지만, 국가 정책을 뒤집는다는 부담 때문에 기존 계획을 보완하는 선에서 매듭 지으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 검증위 발표 앞두고

‘기존 계획 보완해 매듭’ 기류 감지


부울경 지역 내 반발 여론 확산

“대안 제시는 검증위 역할 아니다

관문공항 적합 여부만 판정하라”


그러나 검증위가 PK 측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표시하고 있는 문제들은 김해신공항이 관문공항의 역할을 하기에는 부적절한 입지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안전이다. 2002년 4월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 부딪쳐 129명이 사망한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의 뼈아픈 교훈에서 보듯 신공항은 철저하게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김해신공항의 신설활주로는 진입표면에 오봉산, 임호산, 경운산 등 장애물이 산재해 있어 착륙할 때마다 조종사들이 부담을 느꼈던 과거 상황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도 2017년 ‘김해신공항 건설사업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세 산에서 6600만㎥ 절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국토부는 활주로 방향을 조금 틀면 장애물 제거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과 무안공항 등 신공항을 건설하면서 활주로 진입표면의 장애물을 존치한 전례는 없다.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계획 시에도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을 전제로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여기에 버드 스크라이크(조류 충돌)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동남권 최대철새도래지인 서낙동강 인근에 위치한 김해공항은 이전부터 빈번한 버드 스트라이크로 악명이 높았다. 그런데 김해신공항 신설 활주로 부지와 그 끝단에는 청둥오리 등 110여 종에 달하는 조류 46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버드 스트라이크 우려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과 소음 문제 역시 각종 소송과 분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데다, 관문공항으로서의 확장성을 감안하면 적당한 봉합으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13일 ‘검증위 결과가 나오면 그대로 발표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 결과를 두고 조율을 한다는 게 더 이상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세균 총리가 전날 부산·울산·경남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검증위 활동에 개입하면 누가 감당할 수 있느냐”고 말한 것과 같은 의미로, 검증위 발표대로 동남권 신공항의 운명을 결정 짓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신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육·해·공 글로벌 복합교통망의 핵심 축인 데다 관광·컨벤션 중심도시라는 부산의 비전과 맞물려 있는데, 그런 정책적 고려 없이 검증위에 대한민국 제2 도시의 ‘미래’를 맡기려는 행태는 무책임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신공항 문제를 떠안은 총리실이 정치적 부담을 검증위로 미루려 한다는 비판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PK 측은 검증위가 출범한 취지대로 김해신공항이 관문공항에 적합한지 여부만 판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해신공항 검증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1조에는 검증위의 역할이 ‘김해신공항의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적정성을 검증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동남권 관문공항을 공약하면서 밝힌 인천공항 재난 시 대체가능한 공항,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상에 연간 항공수요 38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공항에 부합하는지 여부만 판단하면 된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여권 관계자는 “김해신공항을 어떻게 보완할지 대안을 얘기하는 건 검증위의 역할이 아니다. 검증위는 관문공항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 명확히 판단해 주면 된다”며 “나머지는 정책 결정권을 가진 정부와 관련 지자체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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