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동화 어우러지는 숲을 아동문학 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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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 아래 사진은 왼쪽부터 (사)동시동화나무의 숲 홍종관 이사장, 홍 이사장 부인 박미숙 씨, 배익천 동화작가, 송정욱 상임이사. (사)동시동화나무의 숲 제공

“10년 전만 해도 잡지에 실린 작품을 심사해 아동문학상을 주는 경우가 드물었죠. 필자에게 원고를 청탁하면 상을 받기 위해서라기보다 이번에는 좋은 작품을 내겠다는 의욕을 보입니다. 고른 수준의 좋은 작품이 잡지에 많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배익천 <열린아동문학> 편집인 겸 편집주간이 2011년 ‘열린아동문학상’ 제정 뒤 10년 세월을 돌아보며 말했다. ‘열린아동문학상’은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열린아동문학상’ 올해로 10회
배익천·홍종관 씨 헌신적 운영
고성에 ‘수상자 나무’ 숲 조성
“숲에 한국아동문학관 만들 것”

‘열린아동문학상’은 계간 <열린아동문학>에 실린 모든 신작 동시와 동화가 심사 대상이다. 동시와 동화 부문으로 나눠 기획위원, 편집위원, 자문위원 등 30여 명이 1인당 작품을 3편씩 추천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된다. 수상자 선정 과정이 투명하고 엄격한 이 상은 10년 세월을 거치면서 어느덧 아동문학계에서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열린아동문학> 발행인은 배 주간의 30년 지기인 홍종관 방파제 횟집 사장이 맡고 있다. 동화작가인 배 주간이 1988년 부산MBC에 재직하던 당시 회사 인근의 방파제 횟집을 자주 찾았다. 배 주간이 전국 아동문학인을 초청해 방파제 횟집에서 자주 모임을 하면서 홍 사장도 자연스럽게 아동문학인들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아동문학을 매개로 지금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 오고 있다. 홍 사장은 2009년 봄호부터 <열린아동문학> 제작비와 2011년부터 ‘열린아동문학상’ 상금을 후원하고 있다.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은 1박 2일의 잔치로 매년 열린다. 윤문영 화가가 화선지 위에 수상자의 초상화를 그리고 수상작 일부를 써서 만든 액자형 상장을 전달한다. 상품도 어마어마하다. 고급 이불, 여행권은 물론 쌀, 양파, 파프리카, 마늘 같은 경남 고성지역 농산물 등 품목이 30여 개에 달한다.

배 주간은 “수상자는 1t 트럭을 갖고 와야 상품을 실어 갈 수 있다. 고성군 기업인과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상품을 제공하면서 고성 사람들이 같이 참여하는 시상식이 됐다”고 말한다.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또 있다. 고성군 대가면 연지리에 있는 5만 2800여㎡(1만 6000평)의 ‘동시동화나무의 숲’에 수상자들의 이름을 딴 나무가 심어진다. 이 숲은 배 주간과 아동문학계의 든든한 후원자인 홍 사장이 2006년 동심의 요람을 꿈꾸며 조성했다.

이 숲에는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자 나무를 비롯해 <열린아동문학>의 ‘내 작품의 고향’ ‘이 계절에 심은 동시 나무’ ‘이 계절에 심은 동화 나무’ ‘열린평론’ 코너에 실린 작가·평론가들의 이름을 딴 나무 등 지금까지 215그루가 심어졌다.

배 주간은 “매년 평균 아동문학가 이름을 딴 나무 16그루를 심고 있다. 10년이면 160그루, 100년이면 1600그루의 나무를 심게 된다. 어느 정도 명성을 지닌 아동문학가는 이 숲에 자신의 이름을 딴 나무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이 숲은 매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2012년 개관한 열린아동문학관 내에 지난해 동동숲작은도서관이 인가를 받았다. 또 배 주간과 홍 사장은 지난해 ‘한국아동문학가 100인 서가전’ 전시 자료를 열린아동문학관으로 옮겼다. 배 주간은 “장기적으로 한국 아동문학가 작품과 자료를 보관하는 한국아동문학관을 이 숲에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구슬하늘산책로가 완성됐고 양편에 동백과 편백 2000그루를 심었다. 작년과 올해에 6600여㎡(2000평) 규모의 구슬하늘수국원을 조성해 수국 1000포기도 심었다. 배 주간과 홍 사장은 2017년 10월 (사)동시동화나무의 숲을 발족했다.

(사)동시동화나무의 숲 이사장을 맡은 홍 사장은 “편백, 참나무, 소나무와 꽃들의 정원이 어우러지는 이 숲을 한국 아동문학 메카로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올해 제10회 열린아동문학상은 동시인 선용(수상작 ‘돌담’)과 동화작가 조경숙(수상작 ‘73년 전 선물’)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은 6월 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가을로 연기됐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300만 원을 준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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