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제복지원 진실 드러내 인권 국가 위상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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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자행된 최악의 인권유린 범죄인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을 밝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이 엊그제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인 한종선 씨의 1인 시위로 재조명되기 시작한 지 8년 만에 마침내 국회가 응답한 것이다. 과거사법 개정안에 피해자 배상과 보상 조항이 포함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지만,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정의 구현을 향한 새로운 길이 열린 점은 환영할 만하다. 국가 차원 진상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고통의 세월을 보냈을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더 나아가 인권 국가의 위상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과거사법 개정안은 2006~2010년 조사 활동을 마친 뒤 해산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일제강점기 이후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이뤄진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당시 위원회 활동 기간이 짧아 상당수 피해자에 대한 진상규명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후 형제복지원 사건 등 국가에 의한 인권유린 사건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관련 피해자들이 과거사위의 재가동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번 개정안으로 과거사위가 10년 만에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다.

진상규명 첫걸음 뗀 과거사법 개정 환영
오랜 한 풀어줄 ‘특별법’ 제정 이어지길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형제복지원의 참상은 33년 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형제복지원이 3000여 명의 장애인, 고아 등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 노역시켰다. 생존자 일부는 아직도 시설에 있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달 말 마무리를 앞둔 부산시의 첫 공식 조사를 통해서 사건의 피해 실태와 국가 책임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식 사망자만 513명인데 드러나지 않은 사망자는 더 많다. 남아 있는 사망자 기록도 대부분 무연고자로 처리됐다. 사망자 사인이나 사망 경위를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박인근 원장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그 행방은 조사 권한의 한계로 실체에 다가가지 못했다. 관계 공무원, 경찰의 유착·위법성도 묵인해선 안 된다.

국가 차원 진상조사가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부산시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국가 차원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은 당연하다. 과거사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에서 통과된 뒤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 강조했듯,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정의가 바로 서고 진정한 화합과 통합의 미래를 열 수 있다. 국회와 정치권은 더 큰 책임감으로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법률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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