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곳곳 ‘불법매립 폐기물’ 발밑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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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석탄재 예비군 훈련장 4월 사하구 우체국 신축 공사 터파기 중 폐기물 ‘8만t’ 발견 市 불법매립 현황 파악 ‘뒷짐’ “파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인적 드문 산 아래에, 농지에, 심지어는 도로 아래에까지. ‘숨은 지뢰’처럼 불법으로 매립된 폐기물들이 환경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감독 권한을 가진 부산시는 폐기물 불법 매립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부산 사하구 구평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산사태는 예비군 훈련장을 조성할 당시 '석탄재'를 묻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성토 재료로 부적합한 석탄재가 매립된 것으로 드러났다. 훈련장이 조성된 1980년 당시에는 관련법이 없었던 터라 불법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기준으로는 불법 매립에 해당한다. 이 사고는 숨은 지뢰처럼 곳곳에 불법으로 묻힌 폐기물들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석탄재 예비군 훈련장
4월 사하구 우체국 신축 공사
터파기 중 폐기물 ‘8만t’ 발견
市 불법매립 현황 파악 ‘뒷짐’
“파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해 12월 부산 동래구 안락동의 한 도로 아래서 폐기물 더미(부산일보 2019년 12월 11일 자 10면 보도)가 발견됐다. 당시 오수관을 연결하기 위해 고작 5㎡도 안 되는 면적을 팠는데도 300kg 이상의 쓰레기가 줄줄이 올라왔다. 이 도로 인근 공사장에서도 터파기를 하는 도중 '쓰레기 산'을 이룰 만큼의 폐기물 더미가 나오기도 했다. 동래구는 우선, 해당 도로 아래 불법 폐기물 매립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불법으로 매립된 폐기물이 부산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올 4월 부산 사하구의 한 우체국 신축 공사장에서도 터파기 공사 도중 8만t이 넘는 폐기물이 발견됐다. 당시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만 38억 원이 들었으며, 이로 인해 공사기간이 9개월 연장되기도 했다.

이처럼 폐기물 불법 매립으로 인한 사고와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부산시는 현황 파악에 뒷짐을 지고 있다. 부산시 자원순환과에서 조사한 ‘불법폐기물 적발과 조치자료’에 따르면, 현황을 파악하는 항목에 ‘불법매립’이라는 조항조차 없다. 시는 그동안 무허가처리업, 불법투기, 처리기준위반 등 항목에 대해서만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불법 매립은 인적이 드문 임야나 농지 등에 몰래 묻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현장 적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는 공사 터파기 등을 통해 불법으로 매립된 폐기물이 발견될 경우에 이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고 경찰에 신고한다. 시 관계자는 “불법 매립은 현장을 적발하기도 쉽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땅을 파 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땅속에 묻힌 폐기물이 지반의 안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폐기물에서 흘러나온 침출수 등이 지하수에 흘러들어 갈 우려가 높은 만큼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부산시의회 고대영(더불어민주당·영도1) 의원은 “땅속에 묻힌 폐기물이 환경뿐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생명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부산시도 불법 매립 적발이 쉽지 않다고 손 놓을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단속을 펼쳐 폐기물 불법 매립 근절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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