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전략 급선회 ‘코로나19 대응’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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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연방법원 앞 도로 위에 한 남성 시위대가 손을 뒤로 한 채 엎드려 있다. 뒤쪽으로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된 국토안보부 소속 연방 요원들이 보인다. 50일 넘게 이어진 포틀랜드 시위 사태는 폭동 진압 훈련을 받은 국토부 연방 요원들이 투입된 뒤로 더욱 격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꼭 100일 앞둔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트럼프 캠프 측은 지지율 반전을 위한 카드로 ‘백신·치료제’를 꺼내들었다.

CNN방송이 18~24일 여론조사기관 SSRS와 공동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3개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모두 앞섰다. 플로리다에서 51% 대 46%, 애리조나에서 49% 대 45%로 오차범위긴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각각 5%포인트(P), 4%P 따돌렸고, 미시간에서는 52% 대 40%로 두 자릿수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개 주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승리한 곳이었다.

바이든에 상당한 격차로 뒤져
3개 경합주서도 바이든 선전
재선 가도 위기감 전략 수정
트럼프, 공공의료 언급 시작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
백신·치료제 카드로 반전 모색

NBC와 마리스트폴의 14~22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애리조나에서 50% 대 45%로 앞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또 CBS와 유고브의 21~24일 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시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48% 대 42%로 앞섰다. 경합주는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8.1%P로 이긴 오하이오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불과 1%P 높았다.

경합주에서 선전을 바탕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정치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9~21일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은 40.9%로 바이든 전 부통령(49.6%)에게 8.7%P 뒤처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선 1996년 이후 가장 큰 상태라고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현직 대통령이 대선이 있는 해 여름 여론조사에서 뒤졌다가 승리한 경우는 1948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부활은 72년간 일어나지 않았고, 그는 100일을 남겨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지율 하락 상황이 이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전략을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세를 고려해 남은 100일 동안 재선 캠페인의 메시지는 ‘코로나19 백신’ 또는 ‘치료제’라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26일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백신·치료제 메시지에 주력하라’는 참모진과 공화당 지도부의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전했다. 그동안 대규모 유세와 집회를 고수하고 경제활동 정상화를 촉구했지만, 이제는 코로나19 대응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공공의료를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1일 석 달 만에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을 재개한 게 이러한 움직임의 시발점이며, 앞으로도 코로나19 관련 메시지가 부쩍 늘어날 것이라고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캠프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 국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을 불식하면서 선거 판세를 뒤집겠다는 복안이다. 대립각을 세워 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NIAID) 소장,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TF 조정관이 ‘브리핑 무대’에서 빠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무대’를 이어 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편, 미국의 코로나19 하루 사망자가 26일까지 5일 연속 1000명을 넘어서며 확산 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6월과 비교해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해 누적 사망자는 14만 6909명으로 늘었다. 누적 확진자 수도 422만 9624명으로 집계돼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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