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이어 틱톡, 다음엔 위챗? 美, 中 기업 죽이기 ‘IT 패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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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틱톡을 정조준하며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IT 기업을 견제하고 나섰다. 이에 중국에서는 미국이 중국 IT 죽이기에 나섰다며 거센 분노가 일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시장 확대 中 IT 기업 견제
트럼프, 틱톡 매각 시한도 제시
“거래 수익금 일부는 미 정부 몫”
중 네티즌 “미국에 무릎 꿇었다”
틱톡 바이트댄스 창업자 맹비난

■“틱톡, 9월 15일까지 팔아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 소유 모바일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오는 9월 15일까지 미국 기업에 팔지 않으면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나 다른 미국 기업이 틱톡을 인수하더라도 상관없다며 승인 의사를 밝히는 대신, 거래는 다음달 15일 전에 이뤄져야 한다며 시한을 제시하고,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틱톡 사업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거래 성사에 따른 상당 부분의 수익금을 미국 정부가 받아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미국은 중국 소유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의 매각을 가능하게 할 것인만큼 중국으로부터든 MS로부터든 수익금의 몫을 받을 자격이 있고 “그것이 매우 공정하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다. 그는 틱톡을 통해 미국인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화웨이가 애플의 중국 사업권을 사야 한다” 등의 댓글을 쏟아내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WSJ은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영향력 있는 중국 IT 기업에 대해 강력 견제에 나선 것은 세계 시장에서 미국이 선점한 IT 1등 자리를 위협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 행정부는 지난 2년가량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세계 시장에서 고사시키려 총력을 기울여왔다.

틱톡은 중국 바깥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앱이자,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사회관계망(SNS) 서비스다. 세계적으로 틱톡 다운로드 수는 20억 건을 넘었는데, 이 중 미국 내 다운로드 수 또한 1억 6500만 건에 달한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IT 컨설턴트 매튜 브레넌은 “틱톡은 ‘중국이 베낀 것’에서 ‘중국으로부터 베낀 것’으로의 지각 변동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면서 “틱톡의 짧은 영상은 중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었고 이후 미국 시장에 출시하자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틱톡이 MS에 매각된다는 소식에 중국 네티즌들은 바이트댄스 창업자인 장이밍(37)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에 무릎을 꿇었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텐센트 등 다른 중국 IT 기업도 영향

틱톡 등 중국 IT기업에 있어 미국은 가장 매력적이고 전망이 좋은 시장이다. 여러 미국 회사들도 틱톡에 투자했다.

WSJ은 올해 초 바이트댄스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문서를 인용, 바이트댄스가 지난해 1400억 위안(약 23조 9148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000억 위안(34조 164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틱톡이 미국 사업권을 MS에 매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부를 중국 바깥으로 옮기는 등의 조치를 통해 자사에 쏠린 세계적인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한다고 전했다. 본부가 옮겨가는 지역으로는 런던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WSJ은 “현재는 전방위 압력이 들어오고 있지만 장 CEO는 틱톡이 세계 온라인 광고 매체로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미국이 화웨이와 틱톡에 그치지 않고 위챗 등 다른 중국 IT 기업에 대해서도 견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대표 IT 기업 텐센트가 소유한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은 현재 중국 외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견제가 장기적으로 게임과 클라우드, 금융 서비스에서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텐센트의 큰 그림에는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WSJ은 전망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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