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후 변동성 맞춰 배수펌프 등 방재 목표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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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장마철에 기록적인 폭우가 부산과 대전, 수도권 등 전국을 잇달아 강타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23일 밤 내린 집중호우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이곳에 갇힌 차량에 타고 있던 3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이 지하차도에 분당 20t의 물을 빼낼 수 있는 배수펌프 3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제때 가동하지 못해 무용지물이었던 게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폭우에 따른 부산지역 피해는 어제까지 신고된 것만 2000여 건에 달한다. 대부분이 상가와 주택가 침수로 인한 피해로 집계됐다. 배수펌프 용량 확대를 비롯, 기준을 강화한 방재 대책의 필요성이 커졌다.

부산 배수펌프 용량 부족, 폭우에 한계
100년 강우량 기준으로 설계 강화해야

참사가 발생한 초량 지하차도는 2016년에 배수펌프 용량이 증설되면서 당시 부산의 방재 성능 목표였던 시간당 96mm의 폭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부산시가 2014년 8월 25일 집중호우로 침수된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2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지역 지하차도 35곳의 배수펌프 용량을 늘린 것이다. 하지만 초량 지하차도의 경우 이번 사고 당시 시간당 최고 81.6mm의 물 폭탄이 3시간 동안 쏟아진 데다 주변 도로의 빗물이 모두 지하차도로 몰린 탓에 배수펌프가 용량을 훌쩍 넘는 많은 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참변을 막지 못했다.

행정안전부 지침상 지난 30년간 지역에 내린 폭우를 기준으로 5년마다 배수펌프 용량이 정해지는 바람에 펌프 용량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년을 기준으로 설정된 현재 부산의 방재 성능 목표는 시간당 105mm에 그쳐 이번 같은 폭우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방재 성능 목표란 해당 지역의 일정 기간 강우량 최대치를 기준으로 배수펌프 용량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다. 시와 행안부는 예산 부족으로 30년간 강우량만을 기준으로 배수펌프 용량을 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반도의 아열대화 같은 기후변화로 잦아진 국지성 호우의 위력이 날로 세지는 반면 큰비를 한 번에 감당할 수 있는 배수펌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하차도 배수펌프의 ‘30년 기준’을 기상 이변이 잦은 지금의 기후에 맞게 바꿔 펌프 용량을 늘리는 한편 재해방지 목표를 높이는 게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시의 예산 확보 노력이 요구된다.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한 배수펌프 용량이 ‘100년 기준’ 최대 강우량을 감안하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부산은 상습 침수지역이 많아 만조시간과 겹친다면 피해 우려가 큰 까닭이다. 고지대 주택가에 범람하기 쉬운 복개천이 많고 하수구 크기마저 작아 급경사 도로와 골목길이 언제든 급류천으로 돌변할 위험성이 높은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방재 성능 목표 주기를 5년보다 더 줄여 기후변화에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방재 매뉴얼을 전면 재정비하는 일이 중요해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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