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물에 잠긴 날, 빗물저장소 가동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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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폭우로 부산 전역이 물에 잠겼을 때 부산 수영구가 200억 원짜리 우수저류시설(빗물저장소)을 가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수영구 200억 들인 우수저류시설
시간당 96.4mm 빗물 수용 가능
“다음 날 폭우 대비하다 시기 놓쳐”

부산 수영구는 지난달 23일 폭우 당시 수영중학교 운동장 인근에 있는 빗물저장소를 가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4일 밝혀졌다. 빗물저장소는 집중 호우 때 빗물을 저장했다가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외부로 보내는 장치다. 부산에는 현재 총 12곳이 있다.

수영구는 2017년 수영중 운동장 인근 지하에 구·국비 200억 원을 투입해 길이 60m, 평균 폭 38m, 높이 9.4m 규모의 빗물저장소를 조성했다. 이 빗물저장소는 시간당 96.4㎜의 빗물을 수용할 수 있고 총 1만 7900t을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폭우 당일 빗물저장소가 가동되지 않아, 광안리 일대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수영구 자모여성병원과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 어른 무릎 높이만큼 물이 차오르면서 인근 빌라, 주택, 상가 수십 곳이 침수됐다. 또 광안리해수욕장에 설치된 1.3m 높이 ‘어린이 펭수’가 넘어가기도 했다.

폭우 당일 부산에 있는 빗물저장소 12곳 중 수영구에 있는 저장소만 유일하게 가동되지 않았다. 박철중 수영구의원은 “폭우를 대비해 만든 수영구 빗물저장소는 가장 필요한 시점에 가동되지 않았다”면서 “이 빗물저장소는 부산에서도 용량이 큰 편이라 부산에 내린 정도의 폭우를 충분히 수용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재난상황실에서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특히 다음 날 심한 폭우가 예상돼 있어 저장 용량이 미리 다 찰까 봐 운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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