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내 신항 터미널 줄줄이 개장… 출혈경쟁 비상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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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제2신항 기본계획(위)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연도 서쪽에 9개 선석을 짓는다. 남컨부두 2-4 터미널과 서컨부두 2-5터미널(아래)은 3년내 완공된다. 부산일보DB 부산항 제2신항 기본계획(위)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연도 서쪽에 9개 선석을 짓는다. 남컨부두 2-4 터미널과 서컨부두 2-5터미널(아래)은 3년내 완공된다. 부산일보DB

코로나19 여파로 부산항 물동량에 비상이 걸리면서 부산항 신항에서 향후 3년 내 줄줄이 새로 문을 열 예정인 터미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물동량이 주춤하거나 감소하면 새로 공급되는 터미널과 기존 터미널 간 ‘출혈경쟁’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부산항 8개 운영사 집계에 따르면 7월 신항과 북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는 20피트 기준 173만 5000여 개(TEU)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9% 감소했다. 6월 0.7% 증가했던 환적화물은 7월 89만 5000여 개로 지난해보다 1.8%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1분기 물동량은 541만 8233TEU로 지난해보다 3.06% 증가했지만 2분기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이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2-4, 2-5 등 6개 선석 개장 눈앞

반값 하역료 제시 마케팅 알려져

물량 창출보다 나눠 먹기 우려

2030년까지 제2신항 개장 계획도

2-5 등 개장 시기 탄력 적용 필요


물동량이 줄고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들 사이에서는 신항 새 터미널 개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민자부두인 2-4단계 터미널은 2022년 5월, 임대부두인 2-5단계 터미널은 2023년 1월 개장이 예정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2-4 터미널 운영사는 최근 들어 개장 준비에 들어가면서 공격적으로 선사들과 접촉하며 ‘반값’ 하역료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 터미널도 현재 하반기 운영사 모집 전 국적·외국적 선사 컨소시엄 참여가 논의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국적선사와 해외 선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기존 터미널 물량을 대규모 옮겨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 운영사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부산항 A 운영사 관계자는 “2-5 터미널을 국적·외국적 선사 컨소시엄이 운영한다면 물동량 신규 창출보다는 다른 부두의 물동량을 빼앗는 방법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과거 부산신항 개장 당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사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 2006년 신항 개장 당시 신항과 북항 간 물동량 경쟁으로 8만~9만 원대였던 하역료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3년 내 6개 선석 개장 이후 2030년으로 예정된 제2신항 9개 선석 개장 계획도 ‘덤핑 경쟁의 늪’으로 터미널사들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산항 환적 물량에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정부의 카보타지(국내 항만 간 외국적 선사 수송 금지) 해제 가능성도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들에게는 악재다.

부산항 B 운영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신규 터미널 개장, 제2신항 개장 등 지금 신항 운영사들에게 향후 10년간 영업 호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논리로 코로나19 확산 이전 통계를 바탕으로 터미널을 계속 늘리는 것이 타당한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터미널 운영사들의 이같은 우려는 지난 6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운영사 대표들은 문 장관에게 신항 터미널 개장 시기 연기를 공식 요청했다. 당시 문 장관은 “민자로 건설하는 신항 2-4 터미널은 예정대로 2022년 5월에 문을 열지만, 부산항만공사가 짓는 2-5 터미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물동량 감소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적정한 개장 시기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운영사 간 출혈경쟁 우려를 인지하고 있고, 부산항 운영 계획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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