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심각한 후유증, ‘완치자’ 표현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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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47번 환자’의 일침






코로나19 부산 47번 환자 박현(48)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47’에 올린 글(왼쪽). 박 씨가 퇴원 이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는 모습이 올 4월 한 외국 방송에 소개된 사진.  박현 씨 제공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 의료진과 보건소 등에 감사 편지를 쓴 부산 47번 환자가 5개월 넘게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보건 당국에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과 독일 등이 ‘생존자’나 ‘회복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반면 한국은 ‘완치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꼬집으며 퇴원 환자 관리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부산 47번 환자인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 박현(48) 씨는 18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올 3월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 167일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대화가 어려운 상태라고 말한 박 씨는 “지금은 단기 기억력이 많이 저하된 상황”이라며 “올 3월부터 감기와 몸살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가 없어지더니 5개월 넘게 다양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
올 3월 ‘완치’ 판정 받았지만
브레인 포그·두통·복통 등 시달려
해외선 생존자·회복자 단어 사용
보건당국 후유증 관리·대책 안일

박 씨는 올 3월 이후 ‘브레인 포그(Brain Fog)’, 가슴과 복부 통증, 피부 변색, 만성 피로 등 다양한 증상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박 씨는 “안개가 낀 듯 머리가 멍하면서 기억과 집중이 힘들어지는 브레인 포그 현상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편”이라며 “뒷목 부분부터 두통이 시작되다가 머리가 쑤시는 듯한 증상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슴과 복부 통증도 반복적으로 나타나 누워서 쉬어야 하거나 속 쓰림 증상을 겪을 때도 있다”며 “피부가 검붉은 색으로 변했던 것은 많이 나아졌지만, 요즘도 보라색으로 변하거나 점이 생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증상이 지속돼도 보건 당국과 병원에서는 후유증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씨는 “후유증에 대해 문의하려고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었지만, 증상을 듣지도 않은 채 집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말만 해 줬다”며 “병원에서도 기력이 떨어진 데다 독한 약을 많이 사용해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환자 2명이 질본과의 통화에서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며 “해외에서는 후유증 전문 병원을 설치하거나 뇌, 심장, 폐, 위장, 신장, 혈액과 관련한 후유증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는 추세인데 한국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스페인, 독일 등이 퇴원한 환자를 ‘생존자’나 ‘회복자’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완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박 씨는 “해외 언론을 보면 보통 생존자나 회복자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반면 한국은 완전히 치료됐다는 뜻이 담긴 ‘완치자’라는 표현을 쓴다”며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치료 이후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 완치자라는 말을 쉽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외 언론을 보면 영어권에서는 ‘survivor’, 스페인어권에서는 ‘sobreviviente’ 등 생존자를 뜻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박 씨는 올 3월 퇴원 이후 부산 대동병원, 동래구보건소, 고신대복음병원 등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환자들을 응원하는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된 인물이다. 5월부터는 자신의 치료 과정과 후유증을 소개하는 글을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47’에 올리고 있다. 해당 SNS 페이지는 박 씨가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직접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완치 판정 이후 일상에 복귀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는 경우가 많지만, 박 씨처럼 장기간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국내외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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