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김여정 부부장, 북한 국정 전반 위임 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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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정 전반을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당 간부에게 위임해 정치적 권한을 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여정 부부장이 국정 전반을 위임 통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김 부부장이 아직 후계자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2인자로 활동하며 김 위원장의 정치적 부담을 나누고 있다는 취지다. 건강이상 등 김 위원장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국회 정보위에 北 정치 상황 보고
“김정은, 건강·신변 문제 없지만
정치적 부담 줄이려 권력 이양”
내년 1월 새 경제 5개년 계획 발표

정보위 미래통합당 간사를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은 이날 정보위 브리핑에서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로는 “김 위원장이 9년 동안 통치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져 그것을 줄이는 차원”이라며 “정책 실패 시 김정은에게 총알이 날아오면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위임받은 쪽으로 책임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위임이 김 부부장 1인에게만 다 된 것은 아니다”며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조금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했다.

북한이 이날 내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열어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한 것은 노동당 중심체제의 국정운영 시스템을 정상화하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원회의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주체110년 1월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며 “대회에서는 다음 해 사업방향을 포함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초 목표에 미진한 경제성장을 이유로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경제 실패’를 공식 시인한 것으로 북한의 체제를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보인다. 전원회의는 당 대회를 결정하며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 데 맞게 경제 사업을 개선하지 못해 계획했던 국가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밝혔다.

당 대회는 노동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당 규약을 규정하며 당 노선과 정책, 전략전술에 관한 기본문제 등을 결정한다. 김 위원장이 공식 집권한 이후 2016년 5월, 36년 만에 7차 대회가 열렸다. 4년 8개월여 만에 8차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예상보다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로 가중된 경제난을 해소하고 흐트러진 사회적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내년 1월은 미국 새 대통령 선출(올해 11월 3일)이 마무리된 직후라는 점에서 대미·대남정책 등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다시금 북·미협상을 통해 대북제재 해제 물꼬를 트려는 시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전략적 인내’ 정책을 채택한다면 북한은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국정원은 “영변 5MW 원자로는 가동 중단 상태이며, 재처리 시설 가동 징후도 식별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군 하계훈련량도 25∼65% 감소했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북한의 수해 및 경제 상황과 관련해선 “집중호우로 강원, 황해남북도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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