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가짜 사나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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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 국어대사전은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의 남자 또는 용감하고 호탕하고 기풍 있는 남자를 사나이로 풀이한다. 앞엣것이 장정 같은 젊은 층을 지칭한다면, 뒤엣것은 듬직하고 박력 있는 남성미를 갖춘 건아를 뜻한다.

사나이는 대개 남성을 멋지게 표현할 때 사용된다. 부산 출신으로 거칠지만, 순정이나 의리 등으로 호감을 주는 사람을 일컫는 ‘부산 사나이’가 대표적이다. 요즘 대세인 트로트 가요가 앞서 전성기를 이뤘던 1961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노랑 열풍을 일으킨 가수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 노랫말을 음미해 보면, 미남이 아니고 말수도 적으나 씩씩함이 매력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단 걸 알 수 있다. 아마 흠모의 대상이 부산 남자를 비롯한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가 아니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때 자신을 사나이라고 강조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승부를 ‘사나이들의 대결’로 봤다. 그래서 2017년 북핵 위기로 북미 간 갈등이 극심할 때 “이는 지도자 대 지도자, 사나이 대 사나이, 나와 김정은에 관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남자다움을 지나치게 과시하거나 우월하게 여기는 마초(macho) 기질마저 드러낸다.

북한에선 남자가 응당 해야 하는 일을 ‘사나이놀음’이라고 한단다. 남한의 사나이라면, 병역의무와 연결된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으로 시작하는 ‘진짜 사나이’와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바로 내가 사나이 멋진 사나이’라고 노래하는 ‘멋있는 사나이’ 같은 군가를 모르는 남성은 없을 게다. 이에 착안한 MBC 예능 프로 ‘진짜 사나이’ 시리즈가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남녀 연예인들이 극기훈련 비슷한 병영체험을 하며 보여주는 힘들고 어설픈 모습이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다.

최근 이를 패러디한 ‘가짜 사나이’ 열풍이 분다. 지난달 9일부터 유튜브에 연재된 9개의 동영상 ‘가짜 사나이’가 누적 조회 수 4000만 회를 넘기고 대화 내용 따라 하기와 유사 콘텐츠 제작 열기 속에 ‘군튜브’란 신조어까지 낳았다. 가짜 사나이처럼 엉성해 보이는 남자 6명이 ‘진짜’를 표방하며 고된 특수부대 훈련과 얼차려를 힘들게 받는 광경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고통을 견디며 동료를 챙기는 모습 등이 공감을 사고 군대 시절을 추억하게 만들면서 호응이 폭발적이다. 한편 여권 신장과 남녀평등이 중시되는 세태에 남성 중심적이고 폐단이 많은 군대문화를 미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모습이 진짜 사나이일까? 강병균 논설위원 k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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