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 사회의 상흔과 부산의 젊은 시선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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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 연 시립미술관 기획전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이기도 한 류웨이의 ‘마이크로월드’.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유민혜의 ‘거산실수’.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쑹둥의 ‘가난한 자의 지혜-비둘기와 함께 생활하기’.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임시 휴관에 들어갔던 국공립 문화시설이 다시 문을 연다. 부산시립미술관도 40여 일 만에 재개관한다. 29일부터 관람객을 맞는 부산시립미술관은 기획전 2개를 준비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사전 예약을 통해 하루 13회, 매회 30명으로 관람객 수를 제한한다. 관람은 120분 동안 할 수 있다.

상흔을 넘어
주진스·쑹둥·류웨이 등 참여
자본 유입 후 中 사회 읽을 기회

중국 동시대 미술 3부작 ‘상흔을 넘어’는 1989년 6월 4일 사건(톈안먼 사건) 이후 중국 미술의 변화 과정을 압축해 보여 준다.

전시에는 1954년생 주진스, 1966년생 쑹둥, 1972년생 류웨이 작가가 참여한다. 주진스는 중국 현대 미술사에서 최초로 아방가르드 정신을 구현한 ‘싱싱화회’ 작가다. 쑹둥은 1990년대 정부의 통제에 저항해 작가들이 개인 공간에서 전시를 열었던 아파트먼트 운동의 핵심 작가다. 류웨이는 포스트-센스-센스빌리티 그룹에서 활동했다. 이들의 작품은 민주화, 자본 유입, 도시화로 급변한 중국 사회와 동시대 중국 미술의 흐름을 읽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유의 상흔’ 주진스 작가는 중국국립미술관 철제 담벼락에서 개최된 ‘싱싱미전’에 참여했다. 기성의 권위에 대한 도전, 창작의 자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 형식의 전시는 작가에게 큰 영향을 준다. 독일 유학 경험까지 더해 주진스는 제도적 억압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노력을 작품에 담아 왔다. ‘쇠락하던 시대의 도약’은 엄청난 두께로 물감을 발라 오랜 시간 마르지 않도록 했다. 어린 시절 본 종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남과 북’은 규모에서 관람객을 압도한다. 시골 제지공장에서 만든 선지를 대나무에 널고 면사로 이어 24m 길이의 대형 원통 구조를 만들었다. 코로나로 부산에 오지 못한 주진스 작가를 대신해 미술관 직원 30명이 5일 동안 1만 3200장의 선지를 거는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자본의 상흔’ 쑹둥 작가는 저항 예술의 대표적 그룹인 ‘아파트먼트 아트’에서 활동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와 관련된 이슈에서 자기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다. 전시장 로비에 거대한 중국 장기판을 설치한 작품 ‘상흔’은 블라인드로 가려진 방에서 누군가 장기를 두면 미술관 직원이 수동 지게차로 말을 움직인다. 장기의 말은 중국의 주택 철거 현장에서 나온 세숫대야, 냄비, TV 등 오브제로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정치 권력에 의해 이주하고 움직이는 삶을 느낄 수 있다. 쑹둥은 비둘기 집을 주거지로 활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난한 자의 지혜-비둘기와 함께 생활하기’라는 설치 작품에 담았다. 실제 규모로 계단을 올라가 비둘기 집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물 도장을 찍는 반복된 행동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하고, 영하 19도의 톈안먼 광장에서 펼친 입김 퍼포먼스 등의 사진 기록도 볼 수 있다.

‘도시의 상흔’ 류웨이 작가는 중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지만, 한편으로는 개념적이며 풍자와 유머도 담아낸다. 2004년 상하이비엔날레 측의 작품 수정 요구에 항의하는 의미로 제출한 ‘풍경’은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한 편의 수묵화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남자들의 엉덩이를 찍은 흑백 사진이다.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인 ‘마이크로월드’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원자나 양자의 세계를 의미하는 작품으로 문명, 생명, 환경과 같은 암시적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작가의 대표작이다. ▶‘상흔을 넘어’=2021년 2월 28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2층 대전시실·로비. 051-740-2600.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0
권하형·노수인 등 6명의 작가
사회의 기준·경계에 대한 담론

부산시립미술관의 신진 작가 발굴 전시가 새로운 형식을 품었다. 이전 전시가 부산에서 활동하는 신진 작가를 주 대상으로 했다면 올해는 부산 연고 작가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작가와 외부 비평가를 일대일로 매칭해 예술 교류의 길도 열었다. 10월 4일까지 이어지는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0-낯선 곳에 선’에는 권하형, 노수인, 문지영, 유민혜, 하민지, 한솔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 6명은 사회의 기준과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노수인 작가는 인위적 기준을 비틀어 본다. 30cm 길이의 자를 확대해 길이 단위가 가진 인위성을 돌아본다. 원고지 위에 글자를 반대로 쓰고 중간에 ‘누운 어항’을 배치한 작품은 우리가 규칙을 대할 때 관점을 바꿔 볼 필요성을 말한다. 하민지 작가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인간을 대신해 잔혹한 행위를 반복하는 기계, 동물을 상징하는 주름을 통해 인간 중심의 관계 설정의 ‘변환’을 주장한다.

권하형 작가는 내비게이션이 경로를 이탈하고, 버스도 잘 들어오지 않는 마을의 흔적을 카메라에 포착했다. 잡초 무성한 마당, 세월이 남긴 벽의 균열 등을 ‘벗어난지도’ 연작에 담았다. 유민혜 작가는 거실과 산수를 결합한 ‘거산실수(居山室水)’를 선보인다. 빈 공간에 사물을 가져와 풍경을 창조한다. 바닥에 눕힌 장롱에 피아노처럼 금속 줄을 연결하고 파이프로 만든 산의 기운을 바닥으로 연결하는 등 감각을 복원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문지영 작가는 장애가 있는 여동생과 엄마의 삶에 응축된 사회 문제를 담은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보통’이라는 기준과 여성이 종교나 기복 행위에 몰두하는 원인에 대해 질문한다. 한솔 작가는 작품과 예술 활동의 의미를 묻는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 8명의 인터뷰는 디지털 액자로 보고 예술 소비자들의 게임 영상은 VR로 관람한다.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0-낯선 곳에 선’=10월 4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3층.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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