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규탄’ 대신 ‘한반도 종전선언’ 밀어붙이는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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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만행 규탄 긴급의원총회’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정부와 여당이 한반도 종전선언과 북한 개별관광 추진을 밀어붙이는 양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사과’를 지렛대로 멈춰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이 다소 ‘무리하게’ 대북 유화책을 추진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종전선언에 대한 남·북·미 3자간 물밑 협의가 진전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종·이도훈 잇따라 미국행
美와 종전선언 협의 진행 시사
외통위도 ‘결의안’ 논의 착수
공무원 피살 규탄 결의안은 불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의 협의를 위해 방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7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이번에 온 취지가 모든 관련된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가겠다는 것이라 당연히 종전선언도 얘기할 생각”이라며 “무조건 된다, 안 된다고 얘기하기 전에 같이 한번 앉아서 얘기하면 공감대가 있을 거로 본다”고 했다. 미국과 종전선언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임을 사실상 시사한 셈이다. 앞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이달 16~20일 미국을 방문했고, 청와대 출신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취임 직후인 이달 9~12일 워싱턴을 찾은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문 대통령의 유엔연설 ‘직전’에 미국을 다녀간 셈이다.

정치권도 잰걸음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8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을 논란 끝에 안전조정위에 회부했다. 외통위가 공식적으로 해당 결의안 논의 절차를 개시했다는 의미가 적지 않다. 조정위원회는 최대 90일간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외통위 소속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결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끓어오르는 국민의 분노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이 늦어지는 것도 여권의 이런 움직임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이날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규탄 결의안 채택을 논의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민주당이 ‘시신을 불태웠다’라는 문구를 뺀 결의안을 제안하며 논의가 틀어졌다. 북한이 시신 훼손을 공개 부인한 상황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인데, 결국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중단됐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약 1년 만에 재개되는 시점도 공교롭다. 유엔군사령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일반인들이 조만간 판문점 정기 견학을 시작하도록 승인했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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