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형제’ 막을 아동학대 전담 인력, 부산 구·군 절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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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 달부터 전국 지자체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두기로 했지만 부산 기초 지자체 중 절반이 제때 인력 배치를 못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서 집에 있던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나 크게 다치는 등 아동학대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지만 부산에전 전담 공무원 배치가 늦어지면서 아동학대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부산 각 지자체에 따르면 부산 16개 구·군 중 부산진구·해운대구·사하구·기장군·북구·남구·수영구·서구 등 총 8곳이 다음 달 1일에 맞춰 정부가 권고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인력 수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영구 등 8곳 권장 인력 못 갖춰
‘신고 전국 3위’ 부산진구도 포함
부산 아동학대 신고 건수 증가세
“지자체·의회 인력 배치 서둘러야”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아동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는 다음 달 1일부터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둬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현장 조사와 상담 권한을 맡게 된다. 그동안 아동학대 조사업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해 왔지만 민간기관인 탓에 조사 업무에 대한 권한과 인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피해 아동 보호와 학대 행위자에게 출석과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 6월부터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2016~2018년 3년 평균 아동학대 신고접수 50건당 1명 인력을 배치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가장 많은 부산진구(285.3건)는 6명, 해운대구(218.7건)는 5명 등 지자체마다 정해진 수만큼 전담 공무원 배치를 다음 달 1일까지 마쳐야 한다. 하지만 부산 지자체 중 절반이 예산 문제, 시행착오 최소화 등을 이유로 제때 인력 배치를 하지 못했다.

특히 부산진구는 2018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371건으로 부산 1위는 물론, 전국 3위 수준임에도 전담 공무원을 3명밖에 배치하지 않았다.

부산진구의 2016~2018년 3년 평균 신고 건수는 285.3건이라 전담 공무원을 6명 배치해야 하지만 절반만 겨우 채운 셈이다. 북구·남구·수영구·서구는 연말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충원할 예정이다. 사하구·기장군도 내년 안에는 정부가 권고한 인력 수를 맞춘다는 입장이다.

부산은 해마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수천 건에 달하는 ‘아동학대 위험 도시’인 만큼 전담 공무원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제때 배치되지 못하면서 부산에서 자칫 ‘제2의 라면 형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달 14일 인천에서 집에 단둘만 있던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나 크게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이들 형제 어머니가 형제를 방치하는 등 학대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행하는 아동학대 통계연감을 살펴보면, 부산에서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4년 800건에서 가장 최근 자료가 있는 2018년 2299건으로 4년 새 3배 가까이 폭증했다.

부산진구의회 장백산 의원은 “부산진구청은 전담 공무원 6명 배치를 요구했지만 구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세금을 공무원 충원에 낭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관련 업무가 시작되는데 전담 공무원 3명만으로는 제대로 된 대응이 불가능하다”면서 “부산에서 학대받는 아동이 없도록 각 지자체와 의회가 힘을 합쳐 시급히 전담 공무원 배치를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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