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부상에 꺾인 상승세와 '골맥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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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용 스포츠팀 부장

잔류냐, 강등이냐. 프로축구 K리그1 부산아이파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올 시즌 5년 만에 복귀한 1부 리그에서 채 한 시즌도 버티지 못하고 2부 리그로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 포스트시즌 격인 파이널 라운드가 한창인 가운데, 부산은 그야말로 처절한 ‘잔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부산은 정규리그 격인 22라운드까지 치른 순위가 10위에 머물러, 파이널 B로 떨어졌다. 지난달 27일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에선 강원 FC에 0-2로 완패해 인천 유나이티드와 승점(21)이 같아졌으나, 골득실에서 뒤져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이 경기 후 조덕제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이번 시즌 팀 전력으로 보면 부산이 이렇게 처질 실력은 아니었다. 시즌 중반까지 중위권을 유지하며 한 때 6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줄부상 당하면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몇 번의 결정적인 고비에서 발목이 잡혔다. 8라운드 인천전에서 첫 승(1-0)을 신고한 부산은 7월 초 강원전 4-2, FC 서울전 2-0 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특히 강원전에선 시즌 초반 K리그1 적응에 애를 먹던 이동준이 2골 2도움, 김진규가 1골 2도움으로 완전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 2선에서 날카로운 침투 패스가 강점인 김진규의 활약은 답답했던 부산 공격력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됐다. 친구인 이동준과의 ‘찰떡 호흡’은 더욱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김진규가 뜻하지 않은 무릎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면서 거짓말처럼 부산의 상승세가 꺾여 버렸다. 서울전 이후 5경기에서 부산은 승리 없이 2무 3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득점은 단 2골(8실점)에 불과했다.

부진했던 부산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이정협의 분전이었다. 이정협은 결혼 일주일 뒤 치른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진 수원 삼성전에서도 선제골을 터트리며 연승 분위기를 돋웠으나, 전반 막판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이정협 교체 뒤 부산은 후반에만 내리 3골을 내주며 수원에 역전패당했다.

외국인 공격수가 부진한 가운데 홀로 최전방 공격을 책임지다시피 한 이정협의 부상 후유증은 컸다. 이정협이 다친 후 부산은 22라운드까지 5경기에서 또다시 2무 3패로 하락세를 겪었다. 이 기간 역시 2득점(7실점)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공격의 두 주축인 김진규, 이정협이 부상당한 뒤 부산의 ‘골맥경화’는 더 심해졌다. 두 선수 부상 후 치른 11경기 중 무득점 경기가 5경기에 달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득점은 줄고 실점이 늘며, 결국 꼴찌로 추락하는 굴욕까지 당했다.

올 시즌 부산이 22라운드까지 넣은 골은 21골이다. 슈팅 수 194개(유효슈팅 73개)로 12개 팀 중 가장 적었다. 이는 슈팅 수 1위(336개·유효 슈팅 154개) 전북 현대보다 142개나 부족한 수치다. 슛을 못 때리니, 골 넣고 이기기가 힘든 것이다.

부산이 또다시 강등의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골’이 필요하다. 다행히 4일 파이널B 서울전에서 모처럼 멀티 골을 터트리며 2-1로 승리해 반전의 계기는 마련했다.
 

ky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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