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총회부터 마을기업까지 ‘젊은 생각’ 가득한 ‘고령마을’...부산 아미동 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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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협·부산일보 공동프로젝트


아미동 어르신들이 활동하는 ‘실버 발레단’.  아미동 주민자치위원회 제공


지방자치의 핵심은 관 주도의 행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주민이 주인이 되는 자치분권을 실현하는 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의 핵심이 ‘주민자치회’인 이유이기도 하다. 주민이 직접 문제를 발굴하면 관은 행정적인 도움 등을 통해 보조적인 역할을 해 나가는 게 진정한 주민자치이다. 이런 점에서 주민들이 직접 마을 문제를 발굴해 도시재생 등의 공모를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는 부산 아미동의 주민자치위원회(이하 주민자치회)는 우수 사례로 평가된다.


노인 인구 많은 비석문화마을
학부모 공동체가 자치회로 발달
이벤트 곁들인 주민 주도 총회
마을기업 번 돈 노인 미용 봉사


■다양한 연령대 참여하는 주민자치회

부산 아미동은 노인 인구 비율이 27.4%에 달하는 부산의 대표적 ‘고령마을’이다. 그럼에도 주민자치회에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위해 아미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만든 자발적 마을 공동체인 ‘아미맘스’가 성장하면서 지금의 주민자치회 모습이 됐다. 자발적 단체에서 시작한 아미동 주민자치회는 관 주도의 다른 공동체와 비교해 참여도가 높은 주민자치회로 평가받는다.




오른쪽은 마을 빨래방에서 열린 무료 염색 봉사 ‘청춘 헤어샵’.  아미동 주민자치위원회 제공

젊은 엄마들은 아미동에 사는 아이들과 노인들 그리고 관 사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엄마들이 참여하면서 자연히 아이들도 마을 자치에 참여하고 있다. 



아미동 주민자치회는 매월 월례회의를 통해 마을 현안을 토의하고 그 내용을 주민들과 공유한다. 기획운영, 주민복지, 문화교양, 사회진흥 4개 분과로 이뤄진 주민자치회는 각 분야에 맞게 마을 문제를 발굴, 해결책을 모색한다. 특히 아미동 주민자치회는 부산시 최초로 주민주도의 마을계획 주민총회를 열고 있다. 총회를 통해 ‘생각보따리’라 불리는 마을 현안 후보를 정한다. 이 중 주민 투표를 통해 현안 10개를 선정하고 2차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3개의 마을 현안을 결정한 후 예산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품을 주는 등의 이벤트 형식으로 투표를 진행하면서 총회와 더불어 화합의 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돈이 되는’ 주민자치회

주민이 운영하는 마을 기업은 관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겨우 이어나가거나 자립 후에도 그리 많은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미동 주민자치회가 운영하는 카페 ‘기찻집 예술 체험장’의 한 달 평균 매출은 800만 원에 달한다. 이 수익이 다시 주민자치회 활동에 재투자되면서 선순환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2013년 ‘아미골 협동조합’을 만들어 마을 카페를 운영 중이다. 여기서 쿠키, 커피 등을 만들어 주민과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판매한다. 이를 다른 마을행사 등에 납품하거나 주변 초등학교에 판매하면서 부가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이곳 역시 평균 월 매출이 800만 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이 카페를 활용해 다양한 문화 체험 활동을 운영하면서 자치회 사업은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관광 가이드가 되기도 한다. 아미동은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피란민들이 판잣집을 조성하면서 형성된 ‘비석문화마을’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비석문화마을 주민해설사로 나서 한국전쟁 당시 형성된 이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소개해 주고 있다.



■노인문제는 우리가 해결한다

아미동은 고지대에 있어 이곳 어르신들은 거동이 어려워 병원 한번 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주민자치회는 병원 방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건강센터와 함께 주민센터에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간호사가 주민센터를 방문해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60대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조기 치매 검진도 무료 제공하고 있다.

카페 운영 등 마을기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염색약 등을 구매해 미용실 방문이 어려운 고령 주민들에게 직접 찾아가 제공하는 미용서비스도 어르신 사이에서는 인기가 뜨겁다.

고독사 예방을 위해 ‘셀프 푸드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정기적으로 취약계층을 방문해 음식을 제공하는 동시에 안부를 확인하면서 고독사 방지에 나서고 있다. 또 ‘마을공동 사랑의 밥상’ 등을 통해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지역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 나가고 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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