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유권해석, 김해신공항 결정 잣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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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법제처에 김해신공항 중단 여부를 결정할 법리판단을 요청하면서 정작 안전 등 중요 내용이 아닌 '장애물을 남겨둘 수 있는 권한이 협의대상이 맞느냐'는 '지엽적인' 사안을 질의한 것으로 확인돼 법제처의 결정이 김해신공항 존폐판정의 주요변수가 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기사 3면

7일 가 단독 입수한 검증위의 ‘법령해석요청서’에 따르면 검증위는 법제처에 “공항시설법 34조의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장애물’이 관계행정기관장(부산시장)이 국토부장관 또는 사업시행자 등과 협의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인지 여부”를 질의했다. 즉 경운산과 임오산 등 김해공항 주변 자연 장애물과 관련, 국토부가 부산시와 장애물 위험성을 협의해야 하는지 여부를 물은 것이다.

본보 ‘법령해석요청서’ 단독 입수
국토부·시 장애물 제거 협의 여부
검증위, 두 가지 시나리오로 질의
안전 등 내용 빠진 지엽적 사안
與 “결과보고서 모두 중대한 오류”

결국 검증위의 질의가 안전을 판단할 중요 질의가 아닌 규정 해석에 불과한 다소 '엉뚱한' 내용을 문의한 셈이라 법제처 결정이 동남권관문공항의 운명을 결정할 변수가 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령해석요청서'에 따르면 검증위는 ‘갑설’과 ‘을설’이라는 일종의 법령해석 시나리오를 작성해 타당성을 물었다.

요약하면 갑설은 장애물을 방치하려면 부산시장과의 협의가 필요하며, 시행규칙에 따라 자연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다. 더불어민주당과 부산·울산·경남(PK), 검증위 안전분과의 다수 주장에 가깝다. 갑설이 인정되면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추진은 법률 위반이다. 김해신공항 사업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을설은 반대다. 국토부장관이 재량으로 장애물 방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니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의 법률적인 문제는 없다는 결론이다.

김수삼 검증위원장은 갑설과 을설에 맞춘 2가지 버전의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두고, 법제처 해석에 따라 이 가운데 하나를 최종보고서로 발표할 방침이라고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구두로 보고한 상태다. 문제는 법제처의 판단이 어떤 경우라도 김해공항 확장 시 논란이 되는 ‘안전’ 우려를 씻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검증위는 부산시장과 국토부장관 협의 여부와 무관하게 자연 장애물, 즉 경운산이나 임오산이 항공기 이착륙 안전에 걸림돌이 되는지를 판정해야 한다. 그런데 법리해석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는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국토부에 일종의 ‘출구전략’을 마련해 주려고 법제처 유권해석이라는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도 있다.

한 전문가는 “장관이 장애물을 방치할 수 있는 법적 판단 근거를 따지는 것이 핵심인데, 협의 대상이라는 법리에 초점을 둔 ‘말장난’에 가까운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은 국토부를 배려하는 측면으로 읽힌다”고 했다. 민주당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의원이 이날 국정감사에서 “법제처 유권해석을 기다리는 게 별 의미가 없다”며 총리실에 신속한 검증 결론을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추진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에 따르면 검증위는 을설을 적용한 보고서에서도 김해신공항에 4가지 이상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적시했다. 비행절차, 소음범위, 공항확장성, 서편평행유도로 확보 등의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검증위가 작성한 복수의 결과보고서 모두에서 작지 않은 문제가 담긴 것으로 안다”며 “법제처 판단과 무관하게 김해신공항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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