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고 일자리도 주고… 폐교 위기 학교 소생 모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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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고성군 영오초등학교.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진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생태체험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코딩·영어회화·토탈공예·1인 2악기 2운동 등 방과후 교육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다. 영오초등학교 제공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경남 고성군의 한 시골 초등학교를 지키려 지역사회가 발 벗고 나섰다. 행정과 교육기관 그리고 지역민이 뭉쳐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오는 학생과 학부모의 정착을 돕기 위해 집은 물론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놨다. 농어촌 공동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 살리기의 성공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경남 고성군은 올해 영오면 소재 영오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이는 학생이 줄어 폐교나 통폐합 위기에 처한 농어촌지역 소규모 학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전교생 13명 고성 영오초등 살리기
주민과 교육·행정기관 팔 걷어
임대용 주택 건립해 주거 해결
학부모엔 취업 알선 파격 혜택
생태체험 중심 교육과정 개편도

영오초등은 1929년 문을 연 공립학교다. 고성에서도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 농촌사회의 고질병인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학생 수가 급감했다. 올해 병설유치원생 2명을 제외하면 1~6학년을 통틀어 5개 반, 전교생은 13명에 불과하다. 입학생이 급격히 줄어 이대로는 통폐합에 따른 폐교가 불가피하다.

영오초등 박윤정 교사는 “2018년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학생 수가)28명 정도였는데, 올해 13명으로 줄었다. 작은 학교가 점점 폐교되는 추세다 보니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이에 지역사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농촌에서 학교는 단순 교육 시설이 아닌, 지역공동체 형성에 있어 필요한 공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우선 임대용 공동주택을 건립해 학생과 학부모 유입을 독려하기로 했다.

고성군은 공동주택 신축 사업비로 토지매입비 4억 원을 포함해 14억 원을 책정했다. 이중 도비 5억 원을 제외한 9억 원을 군비로 충당한다. 이 예산으로 60㎡ 면적 6세대와 커뮤니티 공간을 갖춘 공동주택을 마련한다. 앞서 학교 동문회와 주민 협의를 거쳐 대상지를 확정한 고성군은 당장 내년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교육청은 5억 원을 들여 학교 환경개선과 공간혁신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산과 들판, 바다를 품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생태체험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코딩·영어회화·토탈공예·1인 2악기 2운동 등 방과후 교육을 강화해 교육의 질도 높인다. 여기에 연중 돌봄교실은 물론, 지자체와 연계한 저녁돌봄, 그리고 병설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연계진학도 지원한다.

이와 함께 도심에 비해 주변 생활 편의시설과 일자리가 부족한 만큼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한 귀농·귀촌 지원과 카이부품공장 협력업체 취업 알선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지역 주민들도 학부모가 원한다면 파프리카 농장 등에 일할 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했다.

박봉순 영오초등 운영위원장은 “학교가 살아야 마을도 살 수 있다. 마을에 정착할 새 식구가 지역 공동체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자리잡도록 작은 것 하나까지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구축하고 무너져 가는 공교육 환경도 대폭 개선할 수 있다는 게 고성군의 판단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작지만 큰 프로젝트다. 지역사회와 학교의 상생 발전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면서 “아이 교육 측면에선 번잡한 도시의 큰 학교보다 시골의 작은 학교가 갖는 장점도 많다. 실효성 등을 분석해 필요하다면 비슷한 여건에 놓인 다른 학교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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