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부일영화상] 한국 영화계의 변화와 성취를 보여 준 역작 ‘벌새’ 다시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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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 정민아 영화 평론가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SF 디스토피아 영화의 배경처럼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한국 영화는 난데없이 불황의 계곡으로 떨어져 버렸다. 아직도 이 절멸의 시대를 타개할 뾰족한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인과 팬의 간절한 열망을 모아 극장에는 여전히 신작이 걸린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 한국 영화계를 결산하는 문을 제일 먼저 여는 부일영화상은 계속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중소 영화, 독립예술영화들이 선전한 해다. 어떤 기준점 없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지금, 한국 영화계도 커다란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중심이 해체되어 가는 혼돈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이 싹트는 것을 지켜보는 놀라움도 있다. 올해는 작은 영화, 비주류 장르, 데뷔작이 다양하게 관객과 만났다.

압도적인 작품이 없기에 심사 과정은 더 치열한 논쟁으로 채워졌다. ‘남산의 부장들’ ‘벌새’ ‘유열의 음악앨범’ ‘윤희에게’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벌새’가 수상했다. 이 영화는 2019년에 많은 상을 받은 화제작이고, 놀라운 데뷔작이며 훌륭한 여성 성장 영화다. 많은 성취를 이룬 작품이어서 한 해 결산의 포문을 여는 부일영화상이 다시 이 영화를 부각해야 할지 깊은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 사회의 트라우마와 개인 삶이 촘촘히 엮여 만들어 내는 서사의 감동과 메시지, 영상 미학적 완성도, 그리고 2019년에서 2020년으로 이어지는 한국 영화계의 변화와 성취를 보여 준 역작이기 때문에 ‘벌새’를 다시 한번 조명하고자 한다.

최우수 감독상은 레트로 감수성과 청춘 성장 서사를 엮어 새로운 감각의 멜로 드라마를 만든 정지우 감독(유열의 음악앨범)에게 수여한다. 그리고 ‘82년생 김지영’의 정유미와 ‘남산의 부장들’의 이병헌에게 주연상을 수여함으로써 배우의 열연과 더불어 두 영화가 가진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에 의미를 두었다. ‘반도’의 이레, ‘작은 빛’의 조민재,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강말금, ‘호흡’의 김대건 등 신인 영화인들의 이후 행보에 찬란한 빛이 가득하길 기대하며 축하드린다.

유현목영화예술상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독립 영화 제작과 배급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김일권 대표의 발아래 꽃길을 놓아 드리고픈 마음을 모아 수상자로 결정했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도 뚫고 일어선 한국 영화의 저력은 100년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다. 새로운 100년을 여는 올해에도 그 저력에 대한 낙관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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