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BIFF]아흔살 美 노장의 열정…“110시간 찍어 10개월 편집”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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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부문 초청 ‘시티홀’ 프레데릭 와이즈먼 감독
보스턴 시청에서 일어나는 일 담은 4시간 30분 다큐
고령에도 온라인 GV 참석해 질문에 답변 관객 ‘박수’

프레데릭 와이즈먼 감독. BIFF 제공 프레데릭 와이즈먼 감독. BIFF 제공

영화 ‘시티홀’ 스틸컷. BIFF 제공 영화 ‘시티홀’ 스틸컷. BIFF 제공

역시나 거장은 달랐다. 다큐멘터리 거장 미국 프레데릭 와이즈먼 감독 얘기다. 아흔의 나이에도 매년 신작을 들고 나타나는 다큐계의 거성다웠다. 이번에는 미국 보스턴 시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을 담은 ‘시티홀’로 관객을 찾았다.

24일 오후 8시 30분께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관에서 와이즈먼 감독을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으로 연결, 관객과의 대화(GV)가 열렸다. ‘시티홀’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이콘 부문에 초청받았다.

러닝타임이 무려 4시간 32분에 달하는 영화로 이날 오후 4시부터 감독의 요청에 따라 휴식 시간 없이 상영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티케팅에 성공한 행운의 관객 9명이 영화를 함께 봤다. 인디플러스관은 총 36석으로 25%인 9석만 예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강소원 BIFF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GV가 시작됐다. 관객들은 QR 코드를 이용한 오픈 채팅에 접속해 감독에게 질문했다.

“왜 보스턴 시청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와이즈먼 감독은 “촬영 허가를 얻은 유일한 도시였기 때문이다”는 예상하지 못한 답을 내놨다. 그는 “미국 전역 6곳의 시청에 편지를 보냈지만 2곳은 거절했고, 3곳은 아예 응답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시티홀’은 2018년 4주 촬영, 2019년 4주 촬영에 이어 총 110시간 분량의 영상을 가지고 감독이 10개월 동안 편집한 결과물이다. 치안, 화재, 공중보건, 주택 건설, 결혼 신고 등 보스턴 시청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이즈먼 감독은 “지금까지 영화를 찍기 전에 영화의 구조나 시퀀스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마치 라스베가스에서 도박을 하듯이 촬영 기간 동안 그저 찍을 뿐이다. 이후 결과물을 가지고 시퀀스를 구성하고 스스로에게 납득할만한지 계속 질문을 던지며 편집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와이즈먼 감독은 이전에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왔다. 영국의 국립 미술관을 다룬 ‘내셔널 갤러리’(2014), 뉴욕 공공도서관을 주인공으로 한 ‘뉴욕 라이브러리에서’(2017) 등이다.

이에 대해 와이즈먼 감독은 “시리즈로 사회적 기관을 다뤄왔는데 미국인의 현재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미국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에 이런 기관이 존재하고 각 사회에서 이 기관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시민 삶과 연결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와이즈먼 감독의 다큐는 내레이션을 배제하고 별다른 설명없이 묵묵히 인물을 비춘다. 한 관객은 “감독님 영화 속 인물들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카메라를 많이 의식하지 않는다”며 “혹시나 의식하는 일이 생기면 촬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영화의 마지막은 마티 월시 보스턴 시장의 시정 연설 장면이다. 분열된 트럼프 시대를 살고 있는 미국 시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와이즈먼 감독은 “과거 어떤 일을 했고 내년에는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시장이 연설한다”며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하는 가장 좋은 방식의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관객들이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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