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매혹적이고, 문장은 심오하다” 극찬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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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리비우스

<리비우스 로마사>가 전 4권으로 완간됐다. 리비우스(기원전 59~기원후 17년)가 쓴 이 책은 2000년 동안 서구 교양인의 필독서였다.

이 책이 놀라운 것은 기원전 25년에 발간됐다는 거다. 그 아득한 시절에 방대한 분량의 책이 써졌다는 게 경이롭다. 리비우스는 총 142권까지 썼는데 오늘날 전하는 것은 1~10권, 21~45권, 총 35권이다. 이를 전 4권에 담아 완역한 것이다. <리비우스 로마사>는 ‘크림빛이 도는 풍요로운’ 문체로 ‘이야기는 매혹적이고, 문장은 산뜻하면서도 심오하다’라는 극찬을 받은 책이다.

로마 건국부터 드루수스 죽음까지
약 750년간 역사 4권에 담아 완역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로마 건국(기원전 753년)에서부터 기원전 9년 드루수스의 죽음까지 약 750년간이다. 1~10권은 가장 유명하며 높게 평가되는 부분으로 도시의 창건에서부터 왕정 시대를 거쳐 공화국의 수립과 팽창을 다루고 있다. 고대 로마가 보여준 뛰어난 상무 정신과 공화 정신이 잘 담겨 있다. 로마 대제국의 기반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로마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국가적 위기에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운명과 하늘의 신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했는지 등등의 윤곽이 선명하게 제시돼 있다. 21~45권에는 포에니 전쟁(21~30권), 소아시아에서의 전쟁(31~40권), 로마 제국 등장 직전의 시대(41~45권)가 담겨 있다.

리비우스가 역사책을 쓴 것은 당대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전이 벌어지면서 로마 공화정이 왕정, 제정으로 굳어져가던 시절이다. 리비우스는 개탄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악덕을 견디지도 못하고 또 그 악덕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해낼 용기도 없다.”

로마 공화정 초창기의 400년은 살신성인의 영웅들을 숱하게 배출했다. 이들은 돈이나 권력보다 자유와 대의를 사랑하는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공화국을 지탱했다. 공화정 초기를 대표하는 인물 하나가 킨키나투스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로마를 손아귀에 쥘 수 있었으나 사회 모든 계급을 아주 공정하게 대하면서 공화국의 고결한 원칙을 지켰다. 그의 이름을 따서 호명한 도시가 미국의 신시내티(Cincinnati)다. ‘킨키나투스의 도시’라는 뜻으로 그와 같은 애국자들이 많은 도시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은 이름이다.

리비우스는 적었다. “역사 연구는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이다. 역사서는 모든 사람이 뚜렷이 볼 수 있는 무한히 다양한 인간 경험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새길 만한 2가지. 첫째 리비우스가 위대한 것은 역사를 쓰면서 예술적 서술 방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과학은 정확하지만 인간을 사로잡는 것은 예술이다. 둘째 리비우스 역사의 주제인 ‘공화정에 대한 추구’는 지금 21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진지하게 얘기되고 있는 것이다. 리비우스 지음/이종인 옮김/현대지성/전4권 3140쪽/11만 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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